노조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총파업 등 주도
중요성 커진 대관 조직…초기 관계 정립 관건
21대 땐 여당 간사와 껄끄러워 출입 애먹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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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박홍배 당선인이 차기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서,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노조위원장 시절 수차례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대관 조직의 어깨가 무거워졌단 평가가 나온다.
17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22대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을 두고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뿐만 아니라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도 역임한 바 있다.
오는 5월 30일 22대 국회 개원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박 당선인이 환노위보다는 정무위에 배치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국회때 정무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의원들 다수가 차기 국회 입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야당에선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 홍성국 의원과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이용우 의원이, 여당에선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의원 등이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당선인들 중 정무위에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인사가 많지 않아, 박 당선인이 정무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단 설명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 배치는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권한으로, 기본적으로 개별 의원의 희망 상임위를 고려해 이뤄진다"며 "다만 정무위 등 인기 상임위는 성향과 전문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데, 박홍배 당선인처럼 커리어가 뚜렷한 의원의 경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시절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 등을 추진했고, 국민은행 직원 약 9500명(노조 추산)이 참여한 총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1999년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에 입행해 20여년 간 재직했던 만큼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국민은행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대관 조직으로 모인다. 신규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어 초기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KB금융은 현재 지주와 은행을 구분하지 않고 대관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KB금융은 일부 정무위 의원실과의 관계 정립에 애를 먹었다는 평가다. 특히 중요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여당 간사 윤한홍 의원실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의원은 KB금융 경영연구소에서 내놓은 정부의 금융정책 비판 보고서에 대해 강도 높게 성토한 바 있다. 이에 KB금융 대관 조직은 한동환 연구소장과 함께 주요 정무위 의원실들을 방문해 해명했는데, 정작 성토의 당사자인 윤 의원실은 방문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KB금융 대관은 윤한홍 의원실에 방문하는 것 조차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여당 간사로서 평소에도 국감장이나 상임위 회의에서 앞장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KB금융 입장에서도 관계를 풀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윤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생환에 성공하면서, 국민은행 대관 조직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의원은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3선 고지에 오르면서, 간사를 역임했던 정무위에서 위원장까지 맡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국민은행의 부담은 배가 될 것이란 평가다.
한 금융권 대관 담당자는 "아직 21대 국회가 끝나지 않았고, 각 상임위별로 마지막 법안 처리 등이 남아 있어 현재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인원 교체가 많아 6월 이후 새롭게 상임위가 꾸려질 때 까지는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