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으로서 조단위 투자 체력 갖췄지만
기술·자본집약 AI 영역서 성과 내기 어려워
SK그룹 AI 선봉 SKT와 겹치기 투자 가능성
AI 색깔만 얹거나 인프라성 투자만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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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가 수년간 추진해 온 렌터카 사업 매각에 성공했다. 조단위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됐는데 투자처는 인공지능(AI) 분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룹은 물론 SK네트웍스 경영진도 중요성을 강조해 온 영역이다.
SK네트웍스가 AI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시장 참여가 늦어 고전하는데, SK네트웍스는 그보다도 출발점이 뒤에 있다. 조단위 M&A로는 핵심 기술 근처에도 갈 수 없는 터라 AI 테마를 얹은 인프라성 투자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지난 16일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선정하고 구속력있는 양해각서(binding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SK렌터카 지분 100%를 매각하며, 예정 금액은 8500억원이라고 밝혔다. 2018년 ‘신사업’으로 SK렌터카를 인수했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매각을 추진한 끝에 올해 성과를 냈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방향성을 가장 앞에서 이끈 계열사로 꼽힌다. 탈탄소 전략에 따라 일찌감치 주유소 사업, 철강 트레이딩 등 사업을 정리해 왔다. 올해는 SK매직 가전사업부에 이어 SK렌터카도 팔았다. 최근의 사업 정리 작업은 SK㈜ 투자센터를 거친 이호정 대표가 주도했다.
시장의 관심은 SK네트웍스가 확보한 실탄을 어디에 쏟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현금에 SK렌터카 매각 대금, 금융권 조달까지 감안하면 조단위 투자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SK그룹에서 한동안 주목받은 첨단소재나 바이오제약 쪽에 힘을 쏟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는데, SK네트웍스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영역은 AI다. 그간 AI 관련 지분 투자를 늘려 왔고, 관련 언급도 점점 잦아지는 모습이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작년 말 AI를 신규 성장 엔진 발굴로 꼽았다. 지난 2월 기업 설명회에선 ‘AI 투자회사’ 화두를 제시했다. AI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역량을 확보하고, SK매직·워커힐 등 기존 사업에 AI솔루션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사업 모델 혁신, AI·로보틱스 분야 신규 성장 엔진 발굴 등 성과가 나면 2026년 영업이익이 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AI 흐름에 빨리 올라타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그룹 안에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두 계열사가 선봉에서 AI 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는 AI 전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그룹 존재 자체가 어렵다고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AI 분야의 두 축”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유의미한 수준의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전세계적인 AI 광풍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술 격차 탓에 시장 진입 자체가 늦었다. 경기 부진과 공급망 불황이 이어지며 각국의 기술 확보 경쟁은 심화했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몸값은 천정부지다. 몇 조원 정도 실탄으로는 얻을 것이 마땅치 않다.
자체적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엔비디아의 AI칩 한장 가격은 5000만원 안팎이고, 의미있는 수준의 환경을 구축하려면 이 칩을 몇 만장씩 사야 한다. 칩 구매 가격만 해도 수천억~조단위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가 기술과 자본이 모두 집약된 산업인 점을 감안하면, SK네트웍스가 가진 실탄은 AI의 맛만 볼 입장료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조차 AI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단독 역량만으로 기술과 설비를 확보하고, 이후 상용화·유료화 가능한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 네이버가 삼성전자, 인텔 등과 AI 반도체를 두고 손을 잡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대기업들도 연합 체제를 구축해 약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AI 포장지를 씌운 서비스를 내서 반짝 효과를 얻는 경우는 많지만, 장기적으로 가능성을 보인 사례는 드물다. 그렇다 보니 AI 생태계에서 국내 대기업의 몫은 전력 관리, 부지 개발, 통신망 연계 등 ‘인프라’ 사업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차라리 부동산 개발사와 비슷하게 미래 AI 수요 증가를 대비한 자산 투자 모델이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SK그룹 전체적으로도 AI에서 두각을 보인다 보기는 어렵다. SK텔레콤은 일찌감치 AI 기업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연합 세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강점이 있는 것은 결국 AI 관련 인프라 사업 정도다. 공을 들이는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은 캡티브 물량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좋지 않다. 결국 통신사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금 창출력 좋은 SK텔레콤이 이럴 정도니 SK네트웍스는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기존 사업에 AI 색채를 더하고 효율화를 한다 해도 글로벌 AI 흐름에 가까워진다고 보긴 어렵다. SK그룹은 배터리 관련 중복 투자로 애를 먹고 있는데 AI 영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도 내부적으로 직접 AI 서비스 신사업을 펼치기보단 인프라 자산을 갖추는 쪽으로 보는 분위기"라며 "AI 인프라 신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업 인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