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을 후임에 부원장보들 하마평
이복현 금감원장 거취가 변수될 듯
‘낭설’이라고 선 그었지만 장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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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하 금감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고위 임원 인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준수 은행 부원장 및 함용일 증권 부원장 등 임원들이 실질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이 원장의 거취가 변수라는 평가다.
총선 이후 현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금감원도 '폭풍전야' 분위기라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이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 여전히 대통령실행 등 원장의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개편 과정에서 마땅한 인사가 없다는 것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대통령의 심복 중 하나였던 이 원장의 용산행 가능성이 여전히 언급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은 최대한 금감원장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사실상 임용권자의 결단에 달려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임원부터 실무진들의 인사에도 이 원장의 거취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최근 고참급 금감원 간부들의 교체 소문이 무성해지는 가운데 이 원장이 현직에 남는지 여부가 향후 인사에 중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 내 부원장들 가운데 지난 22년 7월 임기를 시작한 함용일, 이준수 부원장이 가장 고참급 인사로 꼽힌다. 함 부원장은 공채 1기로 1992년 증권감독원에 입사해 33년째 재직 중이다. 지난 2021년 금감원 부원장보, 2022년 부원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원장은 1999년 금감원에 이직해 역시 2021년 금감원 부원장보, 2022년 부원장으로 올라섰다.
금감원 부원장 4명 중 함 부원장과 이 부원장을 제외한 두명은 지난해 새로 선임됐다. 지난 12월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수석부원장 자리에 임명됐고,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인 김미영 부원장은 작년 5월 부원장보에서 승진했다. 임명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교체를 거론하기엔 이른 셈이다.
금감원 부원장 임기는 3년이지만 통상 그보다 앞서 교체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금감원 내부 승진자들은 부원장보 임기 시절부터 합한 총 기간을 고려한다. 4년차를 맞은 함 부원장과 이 부원장의 거취와 후임자 하마평이 끊임없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로 금감원 부원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시절 임기 3년을 채운 김은경 부원장을 제외하면 실질 임기를 채운 부원장들은 많지 않다. 금감원장 교체에 따라 인사가 단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통상 부원장보 시절의 임기까지 포함해 3년을 맞추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전임인 김종민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2021년 임기를 시작해 2022년 이 원장 취임 이후 물러났다. 김동회 금융투자 부문 부원장 역시 2021년 취임해 2022년 교체됐다.
부원장 교체로 후속 인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함 부원장 후임으로는 증권 부문의 황선오 부원장보나 김정태 부원장보가 거론된다. 또 이준수 부원장의 뒤를 이을 차기 은행 부원장으로는 박충현 부원장보, 박상원 부원장보, 김병칠 부원장보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김병칠 부원장보는 현재 전략감독을 담당하고 있지만 한국은행 출신으로 은행업 전반에 걸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박충현 보는 은행 담당으로 홍콩ELS(주식연계증권) 검사 등을 진두지휘하며 이 원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의견이 많다.
은행과 증권부문에서 부원장 인사가 단행되면 뒤를 이어 부원장보 및 그 이하 실무진들도 도미노 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작년부터 금감원 팀장급 이하 정기 인사가 7월과 12월로 바뀐 데 따라 아직까지 인사 교체 시기는 남아 있다. 다만 부원장 및 부원장보가 바뀜에 따라 누군가는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만큼 국장급 이하 실무진 내에서도 소규모 자리 이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의 거취에 따라 모든 가정이 '시계 제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남을 경우 임원급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다. 만약 인사를 단행하지 않고 청와대 등 외부로 이동한다면 그간 이 원장 '라인'으로 불렸던 이들의 입지가 다소 애매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이 원장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일부 후임 임원 인사는 단행하고 떠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원장은 취임 후부터 끊임없이 거취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라며 "직접 부인을 했더라도 청와대나 외부의 부름이 있다면 언제든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이 원장의 거취에 따라 금감원 내부의 인사 방향에도 변화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