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저하ㆍ산업전망 좋지 않아 '엑시트' 부담도 커
한국팀 대거 이탈한 어피너티, 글로벌 LP들의 압박 가능성
"한국서 대기업과 거래했다" 평판에 비용 쓴 것이란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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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의 SK렌터카 인수를 두고 시장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너무 비싸게 샀다"는 평가는 물론, 차후 투자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이번 거래는 "아직 한국에서 활동가능하다"라는 신호를 보내고자 어피너티가 대규모 비용을 감내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8년 60억 달러 규모 5호 펀드(Affinity Asia Pacific Fund V)를 조성했고, 아직도 20억 달러 이상의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6일 SK렌터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너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이날 본 계약의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 등이 포함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Binding MOU)를 체결했고, 당사자 간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매매 예정금액은 8500억원(지분 100% 기준) 내외다.
어피너티의 행보와 SK네트웍스의 이런 발표를 두고 업계에서는 "제대로 회사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뭔가 서두른 느낌이 들 정도로 이례적인 거래"라는 평가가 나왔다.
매각주관사 UBS는 제한적 경쟁입찰을 치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MBK파트너스 등 대형 후보는 외면하고 어피너티·IMM PE·글랜우드PE만을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이어 이렇다 할 '본입찰'을 안하고 곧바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SK네트웍스는 '바인딩'이라는 표현을 썼음에도 불구, 본계약 조건도 제대로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급히 이를 공시까지 했다.
결국 누군가 '마음 급한' 후보가 일찌감치 경쟁사를 압도할 가격을 제시했고, '높은 가격'과 무관하게 반드시 사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덕분에 매각자와 매각주관사는 상대방 후보가 마음 변하기 전에 이를 붙잡아 두도록 서두르게 된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SK네트웍스 입장에서 이번 거래는 '대박'으로 평가된다. SK렌터카는 여러 해 전부터 매물로 거론됐지만 글로벌 PEF들은 너무 비싸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 예상가도 최대 7000억원에서 많아봤자 8000억원 정도.
특히 렌터카 사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자동차를 구입해 렌터카 사업을 하고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동차를 다시 파는, 사실상 '금융업'이다. 게다가 SK렌터카의 공모 회사채 발행 잔액은 9200억원에 달하고 현 시점으로 2600억원 정도가 연내 만기 도래한다. 그런데 'SK'라는 간판이 떨어져 나가면 회사 신용도는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어피너티의 우협 선정 소식에 SK렌터카(A+)를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고금리 기조에 등급까지 떨어지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러다보니 실제 인수가격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M&A업계 관계자는 "실사를 진행하다 보면 결국 증자 등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인수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렌터카 사업 자체의 전망도 밝지 않다. 이는 곧 투자회수(Exit)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대기업 'SK'조차 손을 놓기로 할 정도로 렌터카 사업에 진출 하려는 새로운 전략적투자자(SI) 후보군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PEF도 마찬가지다. 펀드 만기 시기가 벌써부터 걱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 어피너티는 작년말과 올해초까지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PE운용사였다. 박영택 회장-이철주 부회장-이상훈 한국총괄대표 등 초대형 수익을 낸 기존 한국팀의 퇴사 이후 "이제 한국에서 활동은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줄을 이었다. 4조원에 가까운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지만 주요 매니저들이 모두 퇴사한 상황에서 이 자금을 그대로 쓰도록 글로벌 투자자(LP)들이 놔두겠냐는 의구심도 거론됐다. 다른 PEF 운용사들 사이에선 향후 한국팀을 이끌 민병철 대표와 정익수 부대표 등의 포트폴리오 회사 임원들과 충돌문제, 외부평판 그리고 이들의 팀워크나 불화에 대한 우려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어피너티 포트폴리오의 부진도 이어졌다. ▲'와퍼 단종'이라는 최악의 마케팅으로 시끄러웠던 버거킹 ▲실적 부진에 상장 폐지에 나선 락앤락 ▲풋옵션 행사를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교보생명 ▲좀처럼 빛이 안보이는 SSG닷컴 등 요즘은 "뭐 하나 잘 되는 게 없다"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어피너티의 SK렌터카 인수는 "어피너티 한국팀은 아직 살아있다"라는 신호를 투자자들과 시장에 보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른바 "한국에서 어피너티는 SK라는 굴지의 대기업과 대형 바이아웃 거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역량이 남아있다"라를 보여주기 위한 거래라는 것.
이 정도 사안이면 비단 한국팀에 그치지 않고 K.Y.탕 회장의 승인 아래 진행됐을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어피너티가 아시아 전역에 기반을 두고는 있지만 사실상 한국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에선 과거에 비해 존재감은 유명무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한국팀이 대부분 퇴사하면서 탕 회장과 이들과의 갈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은퇴'할 줄 알았던 고령의 탕 회장이 '복귀'했으니 본인의 실력과 평판 유지를 위해서도 한국에서 대기업과의 바이아웃 거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는 예측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간 SK그룹 입장에선 여러 매물들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어피너티가 렌터카를 시작으로 다른 매물들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됐다"며 "민 대표나 탕 회장이나 절치부심이 필요한 상황인데 높은 가격만큼이나 의욕이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평판을 얻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셈'은 남아 있다.
당장 이 금액으로 인수금융(Debt Financing)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설정부터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이 거래가 교보생명, 락앤락 등에 이은 어피너티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다. 결국 당장의 평판을 얻고자 미래를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셈이다.
다른 관계자는 "버거킹이나 락앤락이나 뭔가 탈출구를 마련하려고 애를 쓰고는 있지만 성공적인 엑시트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LP 입장에선 불안해 보이는 게 당연하고 자칫 '한 수'가 '악수(惡手)'가 될 여지도 충분해 어피너티를 바라보는 보수적 관점은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