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양극화 심화 속
업계 1위 삼일로 무게추
견고한 이익 기반으로 우수인재 선호 더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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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결산을 앞둔 빅4 회계법인이 매출 ’역성장‘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자문 업무 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에 이어 실적 마감 전 파트너들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일회계법인의 독주체제가 구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일을 뒤쫓던 삼정회계법인도 최근 몇년간의 성장을 보여주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17일 회계법인들에 따르면 3월말 결산을 한 삼정회계법인이 지난해 매출에서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법인 성장을 이끈 재무자문이 딜 가뭄 속에서 성장이 이전만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자문의 성장 둔화를 감사 등 다른 부문에서 메우는 분위기다.
삼정은 2022회계연도에 84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매출 7610억원보다 11% 증가한 약 800억원 증가한 수치다. 2019회계연도에 매출 5000억원을 넘은 이후 매년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면서 ‘매출 1조’ 달성에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점점 둔화하는 양상이다. 빅4 전반적으로 감사 부문에서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지정감사제가 시행되면서 빅4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을 수 있는 기업에도 제한이 생겼다. 예전에 빅4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던 기업들이 지정감사제를 거치면서 중견 회계법인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여기에다 최근엔 자율수임에서 감사보수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빅4 전반적으로 딜 가뭄에 시달리면서 삼정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김이동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서 그나마 매출 역성장을 막았다. 새 회계연도 목표치는 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 전반적으로 딜 부문이 부진하면서 매출 성장이 둔화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삼정도 이전과 같은 성장을 보여주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라고 말했다.
재무자문 부진을 다른 분야에서 메우는 것이 중요한데 세무자문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삼일과 안진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삼정이 ‘매출 1조’를 달성하기 위해선 M&A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다른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딜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10% 정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감사부문 만으로 이를 메우기 힘들어서, 세무와 컨설팅 등 종합적으로 뛰어난 인력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굳어져가던 삼일-삼정 ‘2강 체제’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 세무, 자문, 컨설팅 등 골고루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삼일의 차별화가 더욱 도드라지는 시기란 설명이다. 기업들도 이전보다 살림살이가 빡빡해지다 보니 업계 1위에 일을 맡기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우수 인력들의 삼일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외감법이 도입된 후로 빅4 모두 인력유치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업계 전체적인 성장이 정체되면서 빅4 회계법인들 중에서 일부는 인력유치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 전략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회계연도에 빅4 공히 매출은 성장했지만, 순이익은 역성장했다. 삼일 정도가 순이익이 330억원으로 그 전 회계연도에 비해 14% 줄어든 수준이었고, 삼정은 43.4%, 한영은 85.4%, 안진은 적자전환했다.
한 빅4 회계법인 파트너는 “빅4 회계법인간 인력 경쟁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임금을 올리고도 이익을 지켜낸 삼일의 독주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