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선거 앞두고 해외 대관 조직 정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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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재계에선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 거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지만 여당이 추진해 온 법인세 부담 완화, 중대재해 처벌법 유예 등과 같은 친(親)기업 법안이 동력을 잃고 범(汎)야권을 중심으로 우려했던 법안들이 재추진 될 수 있단 불안감도 엄습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21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 형태였다. 다만 22대 국회에 새로운 인사들이 입성하고 보좌진의 구성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향후 기업 내 국회, 정부 부처 등을 상대로 하는 대관(對官) 업무 담당 조직과 인사들도 재정비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는 글로벌 기업들에 중요도가 높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상당히 분주한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재계 1위 삼성그룹은 국회와 정부 부처와 밀접하고 유기적인 관계가 필수적으로 보이지만, '대관'이란 단어의 언급 자체를 상당히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미래전략실이 해체했고 여기서 담당하던 공식 대관 업무도 사실상 폐지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각 계열사에서 상생협력 또는 대외협력 등의 조직이 최소한의 대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대관 업무의 일부를 '상생협력센터'에서 담당한다. 상생협력센터는 엄재훈 부사장이 센터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삼성물산은 한상욱 부사장(전사 경영기획실 상생협력팀장)이 대관 업무를 담당한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커뮤니케이션(대외협력)그룹, 홍보그룹 등에서 부장급 인사가 대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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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방향성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대차그룹의 대관 업무는 전략기획실장인 김동욱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과거 해외정책팀장을 맡았던 김 부사장은 정의선 회장의 최측근으로 늘 거론되는 인사 중 한명이다.
㈜LG는 ESG팀장을 맡고 있는 박준성 부사장이, LG전자와 LG화학은 각각 대외협력 담당인 윤대식 전무와 정종은 상무가 대관 업무를 수행한다. 롯데지주의 경우 CSV팀의 임성복 전무가 대(對)국회 업무를, 신성주 상무가 정부 부처를 상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SK㈜는 공식적인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인사는 없지만 계열사별 커뮤니케이션본부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계열사 대관업무 총괄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는 만큼 대기업의 대관 조직도 일정 수준의 정비가 예상된다"며 "현재 대관 조직에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란 그룹의 지시가 내려올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 밀접한 네트워크가 있는 인사들을 수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계에선 정치인 또는 정부 부처 출신의 유력 인사들을 사외이사 또는 고문 등으로 모시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조직 내 인사들의 인적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다보니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유력 인사들로 하여금 정부 및 국회 등에 윤활유 역할을 기대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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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마주한 또다른 대형 이벤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보조금 정책은 기업들의 실적과 직결된다. 이에 해외 대관 라인을 강화하려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대외 협력조직을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해외 대외협력 업무는 약 30명의 조직으로 구성된 GPA(Global Public Arrairs)실에서 전담하는데 해당 조직은 외교통상부 출신의 김원경 사장이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대관 업무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 중 하나다. 현대차는 기존 전략기획실 산하 조직이던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로 격상하고 윤석열 정부 초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을 영입해 조직을 맡겼다.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 우정엽 전 외교전략기획관,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 대변인 등 상당수의 외부인사가 해외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성 김 고문은 최근 미국과 한국을 자주 오가며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해외 대관에 힘을 싣는 모습이 관측된다. 지난해 해외 대관 업무 강화를 위해 GPA(Global Public Affairs) 조직을 신설했고, 최근 GPA를 비롯해 각 계열사 별로 흩어진 해외 대관 업무를 통합해 'SK아메리카스'로 재정비했다. SK아메리카스는 2022년 SK E&S 대표이사를 역임한 유정준 SK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이 이끈다.
외교에 정통한 국내 인사들 외에 미국 현지 유력인사를 모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2022년 삼성전자가 마크 리퍼트(Mark Lippert)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법인(SEA) 대외협력 팀장으로 영입한 직후, LG그룹은 북미정상회담 의전협상을 이끌었던 조 헤이긴(Joe Hagin)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영입해 워싱턴사무소 미 정부 대상 대관 업무 총괄을 맡겼다.
미국과 점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화그룹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니 오브라이언(Danny O’Brien)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대관 총괄로 영입한데 이어 최근 미국 현지 대관 조직인 CA(Corporate Affairs)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경우 국내 정치 이벤트에도 물론 민감하지만 사업 실적과 성과로 직결되는 해외, 특히 미국 정치권에 더욱 주목한다"며 "북미 지역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