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변수 등 리스크 요인 산적…CRO 역할 부각
위기는 기회, WM과 IB에서 기회 엿봐
부동산 PF발 부실 우려 일축…추가 부실 발생은 가능
ELS 대체품 고민...원금보장 상품성 강화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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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시기로 꼽힌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은 힘을 잃고 있고, 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 예측이 어려운 요인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부실여신 등 익스포저(위험관리액) 관리 여부에 따라 증권사 순위에 변동이 크게 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을 다루는 증권사 최고리스크책임자(CRO)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단순한 리스크 관리 뿐만 아니라, 사면초가의 매크로 환경 속 투자 및 운용 전략까지 함께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주요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KB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CRO를 만나 이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주요 증권사 CRO들은 올해 부동산 금융 부문의 부실이 우려처럼 크게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금리 변동성으로 인한 채권 자산 평가손실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선 다소 어렵더라도 원금보장형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가장 큰 리스크는 ‘금리 변동성’…채권 자산 모니터링 필요
증권사 CRO들이 꼽은 올해 자본시장 최대 리스크는 ‘금리 인하 시점 이연’이었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져있던 증권사들은 그간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부동산 PF 등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올려왔다. 그러나 미국 연준(Fed)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그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으로선 시장 전망보다 보수적으로 미국 금리 인하를 내다보는 분위기다. 시점은 3분기 이후 연 1~2회가량, 나아가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CRO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생각하고 대응책을 만들기 보다는 갑작스런 금리 인하가 일어나더라도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CRO들은 운용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권 한국투자증권 CRO는 “단기적으로 채권 운용과 같이 시가평가를 받는 운용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우선시될 것”이라며 “고금리가 이어지면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대손인식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미래에셋증권 CRO도 ”금리에 직접 영향을 받을 채권, 대체투자 관련 자산과 신용공여 부문을 집중적으로 살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고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별로 사업전략을 모색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 부분에선 각 증권사마다 강점에 따른 전략차이가 두드러졌다. 각 증권사의 올해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ELS사태로 마땅한 상품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글로벌 상품’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염홍선 KB증권 CRO는 ”기업금융(IB) 부문 강화와 글로벌 고객 및 상품 확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미래에셋증권 CRO는 ”손익 안정성이 높은 자산관리(WM)부문을 확대하고 지역적 분산 등을 통해 안정적 사업구조를 갖추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IB 부문이 강한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부분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용권 한국투자증권 CRO는 ”고금리 상환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어려운 기업에 자산유동화나 구조화 상품을 통해 유동성을 해결해주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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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 우려 일축하지만…“해외 자산 투자엔 신중해야”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부실이 잇따라 문제시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제기된 ’4월 위기론‘도 외면하기 어려운 리스크 요인이다. 증권사 CRO들은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적립으로 일정 부분 대비를 충분히 했던 만큼 추가로 적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끝나기 전까진 익스포저 관리에 매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2분기에는 추가 충당금 부담이 발생할 것을 예고했다.
김은석 하나증권 CRO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내부 부동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적극적 손실 인식 및 사후관리를 강화해오고 있다”라고 말했고, 이재용 미래에셋증권 CRO는 “지난해 말 확인된 부실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 설정 또는 평가손을 통해 적극적으로 손실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PF발(發) 위기에 대해선 발생 가능성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김은석 하나증권 CFO는 ”총선 이후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구조조정 계획이 구체화하면 금융기관과 건설사의 대응이 진행되며 불확실성이 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경수 NH투자증권 CRO는 ”감독당국에서 지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해외부동산 자산에 대해서는 우려 목소리가 여전한 모습이다. 국내 자산과 같이 만기 연장이 쉽게 되는 여건이 아닌 까닭에 금리 인하가 상당기간 지연될 경우 추가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분석들을 바탕으로 CRO들은 향후 투자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김은석 하나증권 CRO는 ”해외 자산 투자는 최대한 지양하면서도 데이터센터 등 부동산 경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상품이나 원가 상승 요인 방어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사업 위주로 선별 투자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미래에셋증권 CRO는 “신규 투자하는 경우 신용도가 우수한 시공사 참여 사업장을 위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시공사의 우발채무 현황 및 현실화 가능성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며 수도권의 주거용 상품에 대한 선순위 PF 위주로 검토하겠으나 가격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현재 분양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부실 우려 확대…신용등급 전망도 주의깊게 살펴야
부실자산 추가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건설사 부실 우려는 적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 부동산 시장 악화가 지속될 경우 건설사들은 공사 미수금 회수가 녹록지 않고 책임준공에 따른 우발채무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환 여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자본시장에서 조달에 나설 경우 면밀히 살필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설사 뿐만 아니라 최근 1~2년 사이 신용등급 전망(아웃룩)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업종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석유화학, 금융, 소매유통 등이 거론된다. 대규모 투자에도 실적 개선 효과가 지연되거나 재무부담이 증가한 업종에 대해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인수금융을 주선하는 데 있어서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경수 NH투자증권 CRO는 ”인수금융 상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실적 전망, 담보 여력 등을 감안해 조건이 우수하면 여신을 늘릴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ELS 사태 이후 대체재 찾는 증권사들…‘원금보장’에 초점
홍콩H지수 하락 여파로 주식연계증권(ELS) 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 저하 우려가 커졌다. ELS 발행 의존도가 높은 일부 증권사들의 영업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통상 증권사들은 ELS 발행자금으로 매입한 채권을 증권 대차,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 등에 활용한다.
이에 증권사들은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원금보장이 가능한 안전한 구조를 지향하려는 모습이다. 김은석 하나증권 CRO는 “은행 손님을 위한 원금보장형 대안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이재용 미래에셋증권 CRO는 “기초 자산과 손익 구조를 다양화하고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KB증권은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염홍선 KB증권 CRO는 “무리해서 하기보다는 수익과 리스크 구조를 다변화한 상품을 공급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