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보 추려지면 조만간 실사 돌입할 것으로 예상
실사에서 호실적 지속가능한지 꼼꼼히 살펴볼 듯
ABL·KDB생명 등 우협 선정하고도 실사 후 딜 깨진 선례多
매각 가격뿐 아니라 증자 가능성 매각 주요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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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는 '실사'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최근 2년 사이 보험사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던 배경으로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가 꼽힌다. 회사의 계리적 가정 선택 등의 폭이 넓어지면서 원매자와의 눈높이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손보는 일단 우리금융을 포함, 국내외 복수 투자자들이 입찰에 참여했다며 흥행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KDB생명을 비롯, ABL생명 등 근래에 매각을 진행했던 보험사들이 모두 실사 후 이견으로 인해 매각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아직 긍정적으로만 보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이정수 전략 부사장을 필두로 3~4명 규모의 팀을 꾸려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 글로벌 사모펀드 등 복수 해외 원매자들도 일단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수후보로 점쳐지던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아직까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매각 주관사는 JP모건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후보가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만간 예비입찰이 마감되면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를 꾸려 실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6월경 예상되는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
이번 매각 분수령은 실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년 하나금융그룹은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2개월 실사를 거친 이후 인수 의사를 접었다. 당시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에서 최대 조 단위 증자에 대한 부담이 컸다”라고 말했다. ABL생명도 다수의 사모펀드(PEF)가 인수 과정에 참여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매각이 불발됐다.
롯데손보 매각전에 복수의 후보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실사 이후 매각 과정이 순항할 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드러난 숫자로만 보면 롯데손보는 KDB·ABL생명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KDB·ABL생명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각각 240억원, 799억원을 기록했지만, 롯데손보는 3016억원을 기록했다. 이익 규모 면에서 체급이 다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인수 후보들은 실사 과정에서 이런 이익이 지속 가능할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결국 내년, 내후년 등 지속적으로 실적이 이어질지가 변수다”라며 “실사 과정에서 미래이익(CSM) 부분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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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서 건전성 지표인 킥스비율(K-ICS)에 대한 검증작업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208.4%로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상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년 9월 기준, 경과조치 적용 전의 롯데손보 K-ICS비율은 148.9%로 당국의 권고 수준을 하회한다.
경과조치란 킥스 도입으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킥스 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신규위험액 측정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조치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져도 적기시정조치(제재)를 최대 5년간 유예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9월 K-ICS 비율은 선택적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208.4%(경과조치 적용 전: 148.9%)로 IFRS17도입 이후 K-ICS 대응력은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한다"라면서도 "다만 업계 평균보다 안전자산 비중이 작고 지급여력 금액 중 자본성 증권 비중이 높아 K-ICS 대응력이 동종업계 대비 열위한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실사 과정에서 킥스비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인수후보들에겐 증자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앞선 보험사 매각에서 매각 가격보다 증자 부담이 매각 철회에 중요한 변수였다는 점에서 인수후보들이 실사결과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국내 굴지의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그간 꾸준히 롯데손보의 체질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실사 과정에서 매각이 무산될 경우 추후 보험사 매각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이미 보험사 인수에 보수적인 상황에서 1~2년 정도 시간을 두고 IFRS17 정착하는 과정을 보고 인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고착화 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각 가격뿐 아니라 추가 증자여부가 매각에 주요 변수다”라며 “증자가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면 어느 원매자도 섣불리 인수에 나서긴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