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그룹 계열사 동반 지원 여부에 쏠리는 눈
지난해 건근공 출자서 IMM PE·IMM인베 경쟁도
펀드레이징 시급해 서로 사정 봐주기 힘들단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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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 사모펀드(PEF) 부문 정기 출자사업 개시가 임박했다. 올해는 대형 하우스들이 일찌감치 참전을 예고한 데 더해 펀드레이징이 시급한 중형 하우스도 많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업계에서는 대형 PEF 운용사 산하 크레딧 펀드(PCF) 자회사의 동반 참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연기금·공제회의 출자사업에서 그룹사 간 경쟁은 드물었지만, 올해는 서로 펀드레이징 시점을 조율할 만큼 여유가 없어졌단 평가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조만간 정기 출자사업을 공고할 예정이다. 통상 3월말 경 공고를 한 뒤 6월 최종 운용사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내부 사정으로 시기가 한 달 가량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하우스로 꼽히는 MBK파트너스는 일찌감치 참전을 예고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6호 펀드를 조성 중에 있는데, 10조원 이상의 규모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도전했던 한앤컴퍼니 역시 올해도 참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조단위 펀드레이징을 하고 있는 한국투자PE와 프리미어파트너스, 지난해 숏리스트에 올랐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VIG파트너스, HMM 매각 과정에서 하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JKL파트너스 등이 이번 출자사업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PEF 운용사들 사이의 자존심 경쟁 외에도 업계에서는 대형 하우스 산하 사모 크레딧 펀드(PCF·Private Credit Fund) 운용사의 참전 여부를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지난 2021년 10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메자닌 투자와 금전차입, 대출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바 있다. 이에 대형 하우스들은 현재 관계사를 설립해 PCF를 운용하고 있다. IMM PE의 IMM크레딧앤솔루션(ICS), VIG파트너스의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 글랜우드PE의 글랜우드크레딧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그룹사 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가령, VIG파트너스와 VIG얼터너티브크레딧이 함께 지원서를 내는 식이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형 PEF 하우스와 산하 크레딧 펀드 하우스가 하나의 출자 사업에 함께 지원하는 사례는 드물었지만, 지금은 해외 유명 GP들도 펀드레이징이 힘든 시기라 서로의 사정을 봐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곧 있을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동반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캠코의 기업구조혁신펀드 대신 우정사업본부 메자닌펀드 출자에 집중했던 IC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배를 마셨다. 글랜우드크레딧은 지난해 우본 메자닌펀드 출자금을 따냈던 1호 펀드 외에 현재 별도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하우스 모두 펀드레이징이 급한 상황이다.
크레딧 펀드는 아니지만,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출자사업을 두고 IMM인베스트먼트와 IMM PE가 경쟁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당시 IMM인베가 PE를 제치고 출자금을 따냈다. 2006년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독립한 IMM PE는 엄밀히는 다른 그룹이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한 지붕'으로 인식하고 있다.
같은 그룹 내 PEF·PCF 동반 출격 여부는 국민연금이 공고할 출자금 규모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출자 비중은 최대 35%로, 잔여분 65%를 다른 기관에서 자금을 유치해 클로징해야 하는데, 출자 규모가 너무 크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PCF 운용사는 참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국민연금은 출자 규모를 지난해 8000억원보다 30% 가량 늘린 1조원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동시에 미들캡에 대한 출자 규모도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중형 운용사에도 기회가 확대되면, PCF 운용사도 충분히 지원서를 내밀어 볼 만 하다는 평가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는 아직 PEF와 PCF의 경계가 애매해고 투자 전략에서도 차별점이 분명하지 않아 PCF 운용사들이 중소형 PEF 운용사들과 경쟁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혹 같은 그룹 계열사들이 동시에 지원해 함께 선정되는 일이 생긴다면, 형평성을 두고 업계의 반발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