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에 ‘칼날’을 겨눴다. 전문성 강화를 위함이란 설명이다. 현실화될 경우 중앙회장의 인사권이 약화할 수 있어 농협중앙회로선 예민한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신경분리(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한 이후 직원들 간의 결속력도 약해지는 분위기다. 신경분리 10년이 지나면서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 지배력이 도전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농협금융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의 내부통제를 면밀하게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정기검사가 결국 농협중앙회-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문제를 건드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금감원은 지난달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 정기검사 착수 배경’ 참고자료까지 냈다. 그만큼 이번 정기검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해당 자료에서 “검사 시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개선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서 지난 2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내용을 검사하던 중 은행 직원의 일탈 행위가 포착되는 등 내부통제에 취약점이 발견되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선 지배구조 문제를 다루게 되면 결국 중앙회장의 인사권을 건드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 발생 원인이 결국에는 전문성 없는 인사 때문이란 결론이 날 것이다“라며 ”그 배경으론 결국 중앙회장의 금융지주 인사권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해당 문제는 2012년 신경분리가 이뤄진 이후부터 줄곧 제기되어 왔다. 

중앙회장이 농협금융 인사 전반에 개입하고, 해당 부분이 농협금융 전문성 약화의 배경이란 것이 주된 문제제기다. 해당 주장은 인사 등에서 농협금융지주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단 결론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정작 농협중앙회는 반대의 상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신경분리가 10년이 넘어가면서 조직의 구심점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경분리 이전만 하더라도 직원들이 중앙회로 입사를 해 경제부문과 신용부문 모두를 경험하면서 농협 조직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제는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각 계열사들은 신입직원도 따로 뽑고, 인사교류도 거의 없어졌다.

이러다 보니 농협금융 직원들 입장에선 ‘농업지원사업비’ 등 농협중앙회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 금융사 직원들 입장에선 힘들게 수익을 창출해 농협중앙회 지원으로 쓰인다는 불만이 커질 수 있다”라며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과거 선배들과는 농협중앙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장 인사권 등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면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 통제력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빌미로 금융지주 인사와 관련해서 업무 경력 등의 조건 강화를 권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럴 경우 중앙회장의 인사권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로선 중앙회장 인사권마저 약화한다면,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를 잇는 연결고리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농업인이 경제적 지위 향상’이란 취지에서 단행된 신경분리가 오히려 금융의 분리만 가속화 시켰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직접적으로 제약하긴 어렵다”라며 “다만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 권고조치 등을 통해 인사에 일정부분 관여는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