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펀드는 3분기부터 출자…500억 씩
위험가중치 400% 적용…RWA 관리 '경고등'
당국, 올해 CET1 비율 12.5%~15% 관리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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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이 조성하는 정책펀드에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이 잇따라 동원되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펀드에 출자하게 되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힘들어지는 탓이다.
연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보통주자기자본(CET1) 비율을 예년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책펀드에 출자하는 시중은행들은 당국에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중견기업전용펀드 ▲미래에너지펀드 ▲기후기술펀드 등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3개의 정책펀드에 출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오는 3분기부터 출자가 예정돼있다.
최대 5조 규모로 조성되는 중견기업전용펀드에서 시중은행은 절반인 2조5000억원을 출자한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나서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설투자,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는 중견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시중은행은 오는 3분기까지 각 500억원씩 출자할 예정이다.
미래에너지펀드와 기후기술펀드는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조성된다. 2030년까지 각각 9조원, 3조원 규모로 조성이 계획되어 있다. 1단계 미래에너지펀드는 올해 상반기 1조2600억원 규모로, 기후기술펀드는 상반기 중 모펀드 결성이 목표다.
다만 미래에너지펀드 및 기후기술펀드는 아직 실무단에서 구체적인 출자 비율 및 시기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펀드 조성 협약식은 가졌지만, 실무단까지 구체적인 출자 금액 등이 전달되진 않은 단계"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당국의 정책펀드 조성에 연이어 동원되는 것이 내심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펀드 출자액은 위험가중치가 400% 반영되는 탓에, RWA 관리가 힘든 탓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차원에서 RWA를 모니터링 지표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예년보다 엄격해진 당국의 은행권 건전성 관리 기조도 문제다. 연초 금융감독원은 창구 지도를 통해 은행권에 CET1 비율을 기존 11.5% 이상에서 12.5%~1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CET1은 자본을 RWA로 나눠 계산하기 때문에 분모가 되는 RWA가 늘어나면 비율이 낮아진다.
일부 은행은 이미 올해 블라인드펀드 출자금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CET1 비율은 배당과도 직결되는 탓에, 주주환원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시점에서 비율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선 펀드 출자를 줄일 수밖에 없단 설명이다.
이에 정책펀드 조성을 앞두고 진행된 당국과의 회의에서, 은행권은 당국에 펀드에 출자는 할테니 위험가중치 반영 비율 등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래에너지펀드는 당국에서 펀드 출자 시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100%로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 함께 참여하는 영향이다. 다만 다른 펀드들에 대한 위험가중치 규제 적용과 관련해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자본적정성 기준을 올려서 작년까지 11.5% 정도만 맞추면 됐던 것이 올해는 12.5%에서 15% 사이까지 맞춰야 한다"며 "블라인드펀드 출자는 가장 먼저 줄였고, 정책펀드는 출자를 안 할 수는 없으니 당국에 위험가중치 반영 비율 완화를 건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