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5월 중순 금융위 증선위에서 최종 결정
업계선 ‘판단의 영역’인데 처분 과하단 의견 多
금융당국, 회사측의 ‘고의 위반’ 여부에 주목
-
카카오모빌리티 ‘분식논란’이 조만간 금융위원회(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최종 결론날 예정이다. 회사측의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판단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 고의적 위반으로 봐야하는지가 주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수준을 유지한다면 회사측은 물론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5월 안에 금융위 증선위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분식 혐의와 관련해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지난 4월26일 금융위 감리위원회에서는 관련 안건에 대한 토의를 통해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7월 금감원으로부터 ‘매출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감리를 받아왔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카카오모빌리티에 ‘고의 1단계’의 양정기준을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이는 가장 높은 단계다. 통상 양정기준은 위법행위의 동기(고의·중과실·과실)과 중요도(1~5단계)로 나뉜다. 삼정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역시 비슷한 수준의 양정기준을 적용 받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분식논란에 휩싸인 카카오모빌리티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플랫폼업계는 물론 회계업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사업을 통해 택시회사로부터 운임의 20%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광고 및 데이터를 받는 대가로 택시회사에 다시 운임의 16~17%를 되돌려준다. 금감원은 이 두 계약을 하나로 보는 순액법을 적용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을 3%로 잡아야 한다고 보는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총액법에 의거해 매출을 20%로 계상해왔다.
회계학회 및 업계에서는 어느 한쪽이 맞다고 판단키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고객이 제공받은 재화나 용역의 총대가를 매출로 측정하는 총액법과 해당 총액에서 재화나 용역을 제공한 사업자에 지급할 금액을 제외한 순액법은 둘 모두 회계업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다.
회계기준서에 따르면 순액법을 따르기 위해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두 계약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총액법을 따른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과 비용계약이 각각의 시장 및 공정 가치가 있다면 이 둘을 분리할 수 있다는 기준서의 또 다른 조항에 주목했다. 회계기준서를 따르더라도 두 충돌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금감원의 제재수위가 다소 높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고의 분식회계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데다 ‘판단의 영역’이 개입된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양정기준이 유지되기 어렵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위법동기의 가장 높은 단계인 ‘고의’를 인정받은 상장사 분식회계 혐의는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이후 아직까지 없다. 이후 셀트리온, KT&G, 두산에너빌리티는 금감원에서 ‘고의’를 받았다가 모두 중과실로 낮춰졌다. 그만큼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금융위 등 당국에서 회사측이 고의로 매출 부풀리기를 시도했다는 정황 증거를 발견한다면 상황은 뒤바뀔 수 있다. 만약 현재 수준의 제재가 유지된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약 9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내야 하고 류긍선 대표의 해임 가능성도 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역시 일정 기간 직무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 국내 한 회계학과 교수는 “총액법과 순액법은 회계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어 왔던 사안이다. 매출을 그대로 적용하느냐, 아니면 현금 흐름이나 경제적 실질을 따져서 적용하느냐에 따라 갈려질 수 있는 문제”라며 “감리위나 증선위를 거치며 추가적인 정황 증거를 따져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