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 나는 운용업계…올해 화두는 비용통제 될 듯
이지스·KB운용, 임원 책임 커지고 계약직 늘리는 분위기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운용업계의 화두는 비용통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성장을 거듭하던 대체투자(부동산)는 얼어붙었고, 성장 사업인 ETF는 수수료 출혈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고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각 운용사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연초 9개 부문 약30여 개의 파트장들을 일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지스운용 임원의 수는 49명으로 전년 대비 31명 늘어났다.
당초 상무 이상이었던 계약직의 기준선이 이사 이상으로 내려온 까닭이다. 이사급이 주로 맡는 파트장의 권한이 적지 않아 그에 맞는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도다.
KB자산운용도 계약직을 늘리려는 분위기다. KB자산운용은 경력직 채용시 일정 직급 이상은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KB운용 내부에선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외부컨설팅을 두고서도 정규직을 줄이려는 건 아닌지 불안한 기류가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연초에 수석급 이상 펀드 매니저들의 계약직 전환을 논의했다가 중단했다. 양사는 정규직이 전체 인력 중 90% 이상으로 전해진다.
이는 비단 몇몇 운용사만의 이슈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난 2년간 국내 전체 자산운용사 임직원 수는 18% 증가했다. 이 기간 임원은 33%, 비정규직원은 23% 증가했다. 정규직원 증가 수(888명, 12% 증가)보다 임원 및 비정규직원 증가 규모(1110명, 30% 증가)가 훨씬 컸다.
고금리·경기침체와 함께 운용사들이 공통적으로 고용 유연성을 높이려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어려운 경기환경에 맞게 성과와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선 비용 통제를 위해 인력 조정에 나서려는게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지난해 국내자산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6023억원으로 1년새 43.8% 줄었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부동산 운용사들은 올해도 신규 딜을 찍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모주 펀드로 인건비라도 건사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종합자산운용사들도 비용 고민은 마찬가지다. ETF가 급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수료 및 마케팅 경쟁으로 실적 양극화가 심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운용사 중 운용보수로만 이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신규 딜을 찍기 어려워 인건비 걱정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종합자산운용사는 미래·삼성을 제외하고 ETF에서 수익을 내는 곳이 얼마나 되겠냐"라며 "운용업계 전반적으로 살림을 꾸리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운용업계가 인력조정을 통해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는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계약직 전환이나 임원ㆍ계약직 위주 충원도 이를 위한 복선이 아니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하락 시점에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운용역들은 적지 않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그룹 계열 대형 운용사의 경우 재무 여력이 충분하다고 믿었던만큼 충격이 더 크다는 후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때나 안좋을때나 일하는건 달라지는게 없다. 성과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부서 계약직 전환등 이야기가 많아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든다"라며 "고용안정성이라는 장점마저 흔들리면서 일할 의욕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