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건 기술이건 쉽지 않은 문제…마냥 따르기 어려워
네이버나 소프트뱅크나 정부 눈치에…장기화 가능성도
韓 정부엔 불신 한가득…네이버 적극 대처 요구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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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압박하며 그간 양사 공동경영에 가려진 양국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뒤늦게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보안 허점으로 개입 빌미를 제공한 네이버나 ▲여력도 없으면서 일본 정부 눈치를 보는 소프트뱅크나 ▲겉으로만 대등한 동맹 관계인 양국 정부를 두고 '답답증'만 커지는 형국이다.
10일 네이버는 일본 라인야후에 대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일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며 "(네이버와) 7월1일까지 협의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당장은 일본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작년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악성코드 감염으로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 개인 정보를 유출한 데 따른 조치다. 이날 네이버가 낸 입장까지 포함해 3사 모두 조치를 따르고 있다는 게 공식화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하다. 일본 정부 지시를 3사가 마냥 따를 수도 없는 탓이다.
겉으로만 보면 네이버의 정보 유출 원죄가 사안의 출발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정보 유출은 빌미에 불과할 뿐, 일본 정부 속내가 뒤늦게 드러난 것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년 전부터 자국 통신 인프라로 자리매김한 라인이 한국 기업의 자회사라는 점을 못마땅해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역시 과거 합병 등 과정을 거치며 이 같은 현지 사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로선 보안 허점을 드러내 라인을 자국 기업화하려는 일본 정부에 여지를 준 꼴이 됐다. 일본 정부 압박에 한 수 접고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네이버는 그간 일본 라인야후 합작사를 기반으로 동남아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현재 투자가들의 주된 관심사도 라인야후 이면에 놓인 동남아 등 글로벌 사업 귀속 여부에 몰려 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로부터 기술적 독립을 예고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라인야후 합병 이후 사실상 이사회를 소프트뱅크 측 인사가 끌고 가면서도 개발 업무는 네이버가 맡았던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도 네이버 보유 지분을 당장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사갈 수 있을 만한 여력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 가치가 수조원을 훌쩍 넘길 텐데 정부 지시라고 해서 그만한 돈을 쉽게 마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 몽니에 다들 눈치를 보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단기간 내 협상이 어려울 가능성도 커 보인다"라고 전했다.
갈수록 상황이 꼬여가는 만큼 투자자 사이에서 네이버의 적극적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시장 내에서 한국 정부가 이번 문제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탓이다. 실제로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그간 경과와 정부 입장을 내놨는데, 사실상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원론적 메시지만 내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