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일찌감치 출전 예고…남은 자리 관심
바이아웃 명가 VIG·JKL·어펄마 등 거론돼
'크레딧' 분야 신설에 소수지분 하우스 변수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GP) 선정에 나선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출자를 예고하고 있어, PEF들은 그 어느때보다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출전'을 예고함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출자를 받는다는 것은 대형PE 반열에 오른다는 증표란 점에서 어느 곳이 선정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16일까지 국내 사모펀드 위탁운용사 제안서를 접수받는다. 출자 분야는 PEF, 크레딧 디스트레스드(부실자산) 펀드, 벤처펀드 등 3개 부문이다. 총 배정규모는 1조5500억원으로, 역대 정기 사모투자 출자액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출자규모를 대폭 늘이면서 이번에 선정되는 운용사는 단숨에 대형PEF 반열에 오르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라며 "MBK파트너스까지 국민연금 출자 사업에 참여키로 하며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경쟁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PEF부문이다. 국민연금은 총 1조원을 출자하고, 펀드별로 1000억~3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세 곳을 선정했는데, PEF업계에선 올해는 4개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엔 한앤컴퍼니, 맥쿼리자산운용,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선정된 바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가 현재 6호 펀드를 조성 중에 있는데, 10조원 이상의 규모를 목표로 한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PEF란 점에서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나설 경우 '한 자리'는 가져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관건은 남은 두 자리, 많게는 세 자리를 누가 가져갈지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곳으로는 JKL파트너스, VIG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 케이스톤, 어펄마 정도가 거론된다. 글랜우드PE는 우수한 성과를 보여줬지만, 기존 펀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올해보단 내년을 기약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MBK를 제외하고 이번에 도전장을 내민 PEF는 국민연금 출자를 받을 경우 단숨에 대형PEF 반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쟁은 기존 명가와 신성의 대결로 압축된다. JKL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 어펄마캐피탈은 바이아웃 투자를 통해서 성과를 보여온 PEF의 기존 명가로 분류된다. 프리미어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케이스톤 등은 마이너리티 투자를 통해 뛰어난 투자 성과를 보인 신성으로 평가 받는다.
개별로 살펴보면 JKL파트너스는 2001년 정장근, 강민균, 이은상 대표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사명도 세 사람의 성에서 따왔다. 이들은 회계사 출신으로 기업구조조정에 주력하다 2004년 PEF를 설립해 운용에 나섰다.
하림그룹과 1조원 규모의 팬오션을 인수 거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9년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해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크래프톤, 여기어때 등에 소수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롯데손보 매각을 진행중이란 점에서, 해당 투자 성과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VIG파트너스와 어펄마캐피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둘 다 바이아웃에 강점이 있는 PEF다. VIG파트너스는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젊은 조직으로 변화를 꿰했다.
그간 버거킹, 삼양옵티스, 하이파킹 등에 투자해 높은 투자성과를 낸 바 있다. 최근에는 프리드라이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매각 성과가 더해진다면 국민연금 출자에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어펄마캐피탈은 폐기물업체인 EMC매각으로 대박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에는 매드포갈릭 운영사인 엠에프지(MFG)코리아 매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매자 2 곳을 대상으로 실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매각자와 원매자 사이의 가격 눈높이가 걸림돌로 지목된다.
현재 희망 매각가는 약 8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지만, 원매자는 600억원 수준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년 만의 엑시트 성공 여부가 국민연금 출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출자 사업에 도전장을 낸 바이아웃 중심의 운용사들 모두 투자회수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해당 회수 성과가 국민연금 출자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프랙시스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 케이스톤은 소수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한 곳이다. 프랙시스캐피탈은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 음악 저작권, 전자책 유통, 중고거래 플랫폼, 국제학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등에 투자한 바 있다. 혁신기업에 투자를 모토로 하는 PEF다.
두산로보틱스 소수지분 투자 등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바 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프리IPO, 에코프로그룹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케이스톤은 진우산전, 한성그린팩토리 등 미드캡 분야에서 바이아웃 성과를 보였다.
이들 면면이 강점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선정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 다만 국민연금이 이번 출자사업에서 크레딧 분야를 신설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단 설명이다. 소수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크레딧 운용사를 따로 선정하는 상황에서 PEF 위탁운용사 선정에선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에 강점이 있는 곳을 선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이번 출자사업에서 분야별 복수지원을 금지했고, 공동운용사(Co-GP) 제안도 막았다. 하우스별 강점에 특화하여 출자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PEF 부문에 나서는 PEF들에겐 바이아웃 거래 성과를 어떻게 알리느냐와 더불어 현재 진행중인 매각 거래의 성공 여부가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크레딧 분야을 따로 뽑는다는 점이 기존 국민연금 출자와 차별점이다"라며 "소수지분 투자를 하는 운용사를 뽑는 상황에서 PEF운용사 선정에선 경영권 거래인 바이아웃 거래 성과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