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관료들 금융지주 회장 도맡아 하면서
능력보단 자리 나눠먹는 회전문 인사 반복
정기검사 결과에서 근본적인 대책 나올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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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정조준했다. 이달 정기검사에서 해당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해당 부분을 문제삼으면서 관료 출신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도 거론된다.
제대로 된 회장 선임 프로세스도 없이 때가 되면 외부출신 회장이 들어오는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타 대형금융지주들은 이미 2~3년전부터 회장 승계 프로세스 및 후계자 육성 절차를 명문화해 시행 중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부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이번 정기검사에선 농협금융지주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입을 비롯한 지배구조 전반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의 지나친 인사 개입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경영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마무리하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가 ‘도마위’에 오르자 농협 내부에선 낙하산 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행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만 하더라도 선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있어왔다.
이 회장은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들어선 경제 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으로 일한 뒤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 캠프 총책’으로 정책 밑그름을 그렸으며, 윤 대통령 당선 뒤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외부 출신으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되자, 일각에선 ‘윤캠프’ 낙하산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농협은행장 출신인 전임 손병환 회장을 제외하곤 2012년 신경분리(경제부문과 신용부문 분리) 이후 줄줄이 관료출신들이 금융지주 회장을 독식하다시피 헸다. 대표적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임 회장은 현재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낙하산’ 금융지주 회장이 매번 오다 보니 농협금융에선 회장 선임 프로세스 등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일테면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는 회장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필요에 따라 부회장직을 신설해서 경영 능력을 검증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테면 농협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CEO 임기가 2년으로 사실상 못 박혀있다. 부행장도 2년 임기를 마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때가 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굳이 열심히 할 유인도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에서 지적하듯 단순하게 금융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만으로 전문성을 문제삼기 보단, 농협금융의 인사시스템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하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 농협금융 임원은 “어차피 2년만 하다 나갈 거고, 금융지주 회장은 외부출신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굳이 지배구조 개선 등 어려운 문제에 손 댈 유인이 크지 않다”라며 “내부출신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능력있는 CEO가 연임할 수 있는 형태의 근본적인 지배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기검사에서 본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건드릴지 의구심이 크다. 단순하게 금융경험자를 선임하라는 권고수준의 조치라면 내부통제 강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데 인사권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라며 “자리나눠 먹는게 아닌 성과에 따른 인사가 이뤄질 수 있게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