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금감원장 나서서 배당 등 독려한 영향
추가 상승은 '세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핵심
PF 구조조정에 금융주 실적 선방 계속될지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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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를 필두로 금융주가 재차 연 고점에 다가서고 있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주가도 하향세를 탔지만, 정부가 여전히 배당 분리과세 등 세법 개정에 의지를 보이며 다시금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금융주들이 기대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자본적정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이 줄어들며 진일보한 주주환원책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아직은 세법 개정안 등 기대감을 받쳐줄만한 실질적인 정책 변경은 없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이달 들어 12.86%, 11.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62% 상승에 그치면서 주식시장을 금융주가 이끄는 모양새다. 특히 대장주인 KB금융은 지난 13일 장중 8만33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더불어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보험주도 상승세를 보인다. 이달 들어 삼성화재 주가는 8%, 삼성생명 주가는 6% 이상 상승했다. 그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현대해상 주가 역시 14일 오후 실적 발표 직후 9% 이상 급등하며 지난 3월 기록한 연 고점에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었다.
금융주의 이런 상승은 결국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2차 방안을 내놓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엔 큰 알맹이가 없었지만, 배당 분리과세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 추진을 정부가 사실상 공식화하며 저평가주 중에서도 '배당'에 특화된 금융주에 또 다시 시선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관하는 해외 밸류업 관련 기업설명회 역시 금융회사 사장단 중심으로 수행단이 구성됐다. 16일 뉴욕을 시작으로 독일, 스위스에서 진행되는 해당 설명회에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등이 동참한다.
문제는 이런 기대감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세법 기준 배당과 이자 등을 포함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 발생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돼 최대 49.5%(지방세 포함)의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기업에도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당근이 있어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상속세, 법인세 감면 등이 필요한데, 이 역시 법 개정 사안이다. ‘감세’는 현재 다수당인 야당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안이라는 게 정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부자감세’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이 주도하거나 협조하기 쉽지 않은 이슈라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금융권 노조위원장 등이 다수 국회에 입성한 것 역시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다 상속세 감면 등을 외치던 여당 의원들이 낙선하는 등 국회 구성이 바뀌면서, 차기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우려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협치 가능성은 다시 옅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여당과 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은 물론, 영부인 특검, 해병대원 순직 특검 등을 두고 강대 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선 야당 측에서도 공감은 하겠지만, 세재개편이 자칫 부자감세로 보이는 것을 우려할 것이다”라며 “세재개편 없는 밸류업 프로그래은 공허한 외침이란 점에서 국회가 새로 꾸려진 이후에도 주가가 탄력을 받을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공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계속 선방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PF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사업성이 부진한 사업장 선별 대상에 포함되는 PF 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 135조원 대비 100조원가량 늘어난 23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해선 충당금을 기존 30%에서 회수의문 수준인 75%로 쌓아야 한다.
금융지주의 경우 지금까진 정상으로 분류한 계열사 사업장에 대해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PF 구조조정을 위한 펀드에 출자 부담도 지고 있다. 신규 자금 지원 PF 사업장의 경우 한시적으로 '요주의'가 아닌, '정상' 여신으로 분류 가능하도록 허용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결국 부동산 경기가 턴어라운드해야 차후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만만치가 않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2금융권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1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라며 “부동산PF 부실 정리 결과가 금융사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