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도 진일보한 자본정책 밝힐까 이목 쏠렸지만
여전히 "검토 중"이란 답만…비교되는 삼성금융 주주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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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계열 보험회사들이 잇따라 1분기 호실적을 내며 주주환원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삼성화재와는 달리, 삼성생명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 반응 역시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화재는 환호 속 16일 하루에만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한 반면, 삼성생명은 비교적 차분한 기조 속 실적 발표 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모양새였다.
지난 14일 삼성화재는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이겠다는 중장기 자본정책을 내놨다. 특히 주주환원책에 대해선 기존 현금 배당 중심에서 벗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옵션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될 수 있어 자사주 소각을 주저하던 지난 분기 모습과 대조된다.
이는 삼성화재 IR에서 주주환원책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질책이 쏟아졌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연간 실적발표회에선 한 금융연구원은 "투자자들의 답답함을 전달한다"라며 주주환원 질의에 대해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삼성화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모호한 주주환원책으로 금융연구원의 질책을 들었던 것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삼성화재는 킥스(K-ICS) 비율 220%를 넘는 초과 자본은 주주환원에 사용할 계획이며, IFRS17 도입 이후 46%(2022년)에서 37%(2023년)까지 낮아진 주주환원율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16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생명이 컨퍼런스콜에서 진일보된 주주환원책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였다. 삼성금융사의 맏형답게 주주환원책에 있어서도 이전까진 삼성화재보다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IR에서 삼성생명은 별도의 주주환원책을 공개하진 않았다. 지난 분기 컨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확인한 후 주주환원 확대에 대해 검토하고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정도였다.
삼성생명 이주경 경영지원실장은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내부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다. 신제도 도입으로 개선된 당사의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총주주환원율을 제고하는 관점에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2023년 초 배당성향 35~45% 범위 내에서 배당금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기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중장기 목표 주주환원율을 50%로 밝혔는데, 삼성생명이 그 이상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라며 "삼성화재보다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밝히지 못해서 비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뻥튀기 실적 논란'에도 불구,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의 혜택을 보고 있는 손보사가 주주환원책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경우 올 1분기 전년대비 성장한 것은 물론,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도 상회하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전년동기 대비 12%, 두 자릿 수 하락한 실적을 내놨다. 컨센서스보단 높았지만, 지배주주기준 연결순익이 6200억원에 그치며 삼성화재(7000억원)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한화생명 역시 14일 실적발표회에서 '배당성향을 확대해나가겠다', '재원은 해약환급준비금 제도개선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던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 주주환원정책 아래서 올해 삼성생명의 주당 예상 배당수익률은 5% 안팎으로, 금융주 중 낮은 편에 속해 투자 매력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손보사와는 달리 생보사들은 대체적으로 여력이 크지 않다 보니 주주환원책 제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