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전고점 돌파…또 HBM 문제로 상반된 흐름
추격 성과 확인 못한채 1년…하반기 격차 더 벌어질지도
'8만전자' 넘자면 성적으로 보여야…몸값 격차도 축소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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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상승세를 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또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중 자금이 낙숫물을 담아낼 SK하이닉스로 몰려간 탓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문제가 삼성전자 주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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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8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엔비디아에 납품한 HBM의 품질 문제가 시장에 새어나온 탓으로 풀이된다. 시장도 당장 삼성전자 실적에 HBM 효과가 드러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었으나 잡음이 반복되자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대신 시중 자금은 SK하이닉스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16일 SK하이닉스는 장중 역대 최고가인 19만4000원을 찍고 19만3000원에 마감했다. 17일 들어 전일보다 1% 안팎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9만원 선을 지키는 모습이다. 다음 주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터라 SK하이닉스도 좋은 흐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 고점을 뚫었는데, 잡음이 나오는 곳보단 확실한 SK하이닉스의 수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라며 "사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투자가들에게 HBM 공급 성적을 보여준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 강세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독려 덕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리 보자면 삼성전자의 HBM 역량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얘기가 된다.
당초 시장에선 HBM의 핵심 기술력이 칩을 위로 쌓고, 하나로 이어붙이는 후공정 역량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후공정은 비교적 기술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전공정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금방 따라잡을 거란 분석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도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고, 투자자 설명회(IR)에서 고객사 협력 내용을 알리며 우려를 잠재우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증명하지 못한 채 1년여 시간이 흘렀다. HBM 수익성은 범용 D램의 6~7배 안팎에 달한다. 유의미한 엔비디아향 공급 실적이 있다면 믹스 개선 효과가 매 분기 실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가 현재 삼성전자 두 배 이상 수익성을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가들은 삼성전자 성적표에서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칩을 쌓고, 본딩하는 후공정 외 전공정 단계에서부터 경쟁사 대비 성능 요구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 중"이라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주문대로 칩을 찍어내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시장에 계속해서 확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차세대 HBM을 납품하기 시작한 만큼 하반기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HBM3e 마진이 전작 대비 높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D램 시장 내 HBM 매출 비중도 내년 중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적기 HBM3e 공급에 나서지 못하면 양사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주가가 탄력을 받자면 결국 확실한 HBM 성적표를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가는 통상 삼성전자 몸값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치가 약 40~50% 반영되는 것으로 본다. 17일 시가총액 약 460조원을 기준으로 보자면 200조원 안팎이 메모리 몫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 시총은 140조원으로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증권사 다른 한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그냥 매크로 변수에 연동돼 움직일 뿐, AI 반도체 이슈와는 별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삼성전자가 8만원 천장에서 확실히 벗어나자면 하반기 중엔 실적으로 HBM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