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화 우려 속 기관투자자보다 리테일 잡기 나서
금리 높이고 월 이자 제시하고…수요예측 청약 단위도 낮춰
증권가 리테일은 몸 사리는 분위기…얼마나 호응할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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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GS건설·DL이앤씨 등 건설사들이 공모채 조달 채비에 나섰다. 리스크 관리에 보수적인 기관투자자보다는 개인투자자에게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증권사 리테일 부서들에서도 고금리·월 이자 등 발행 조건을 저울질하고 있다. 리테일에서 소화할 수 있을지, 얼마나 인기가 좋을지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GS건설과 DL이앤씨가 내달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GS건설은 내달 3일 최대 2000억원 회사채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1.5년물과 2년물로 나눠 100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DL이앤씨도 1000억원 공모채 조달을 모색한다.
GS건설은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고 발행금리를 높이는 등 채권 발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이 해결되지 않았고 신용등급마저 하락하면서 수요를 모으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이전에 단독 주관 체제를 이어왔으나 이번엔 대표 주관사로 KB증권, NH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곳을 선임했다.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월이표채 형태로 희망금리 상단은 100bp 수준이 예상된다. 통상적인 가산금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금리 메리트를 높여 개인투자자들을 겨냥하겠다는 포석이다. 리스크 관리로 건설채를 보지 않는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관사들은 기존 공모채 청약 단위를 100억원에서 10억 단위로 낮춰 받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청약 단위가 크지 않은 증권사 리테일 부서로부터 최대한 수요를 끌어모으겠다는 구상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급 발행사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제한적이고 리테일 수요를 끌어모아야하기 때문에 수요예측 청약 단위를 낮추는 경우가 빈번하다. 리테일 부서는 참여 물량 자체가 크지 않을 수 있어서 그렇다"라며 "리테일 세일즈에 집중하기 위해 주관사들이 수요예측 청약단위를 10억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증권가 리테일 사업부도 건설사 투자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총선 전후로 건설사에 대한 위기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에게 판매해도 되냐는 회의적 시선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혹시라도 개인이 손해를 보게 된다면 증권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는 각 사 방침에 따라 투자가능집합인 유니버스에서 건설업종을 제외할 수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리스크가 예상되는 건설채권을 사서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가 나중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라며 "이에 최근 리테일 부서는 건설사 채권을 많이 다루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 채권을 사는 증권사 리테일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일단 제기된다. 올 초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은 연초효과에 힘입어 공모채를 완판했지만, HL D&I한라,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일부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고금리 메리트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건설채 수요예측이 무사히 마무리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은행과 보험사가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를 최대 5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 밝혔는데, 건설사의 연쇄적 부실 현실화를 막으려는 구상일 것"이라며 "건설사들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만큼 조건만 맞으면 충분한 수요가 매칭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