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대규모 인사 가능성...교체로 돌파구 찾아
로펌들 자문 변호사들 대표로 내새웠지만 실적 부담
외국계 IB 세대 교체 한창...한국 비중 축소 움직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본시장의 한파가 장기화하며 인수합병(M&A)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자문사들의 고민도 더 깊어지고 있다. 저금리 시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호황을 구가하던 거래 시장은 2022년 이후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크게 위축됐다.
거래 호황기 중용된 투자은행(IB)과 법무법인, 회계법인의 자문 관련 전문가들도 자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급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해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크게 받고 있다는 평가다.
인베스트조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수합병(M&A) 시장은 순위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기근이 돌았다. 조(兆) 단위 '빅딜'은 전무했고, 다수의 자문사가 자취를 감췄다. 1분기 M&A 건수는 22건, 규모는 3조55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40%, 75% 줄었다.
M&A 업무를 담당하는 자문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주로 딜 자문을 담당하는 회계법인 재무자문 부문의 경우 올해 결산 시점에서 매출이 10%가량 줄어들 것이란 부정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로펌들의 경우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계 IB들 중에선 한국 시장 비중을 줄이는 모습도 포착된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주요 회계법인들은 딜 감소에 따라 조만간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삼정회계법인은 김이동 대표를 최연소 재무자문 대표로 올리면서 공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딜 가뭄 속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직급을 부대표에서 대표로 승진시키면서 더 큰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 본격적으로 김이동 체제가 시작되면서 재무자문 부문에서 파트너급 인사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황기 여유가 있었던 일부 파트너들도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는 후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김이동 대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결국 파트너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주는지에 달려있다"라며 "재무자문 파트너 인사 바람이 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도 변화가 예상된다. 연임에 성공한 윤훈수 CEO의 임기가 3년이 남았다는 점에서 후계양성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감사부문에선 글로벌 감사에 특화된 홍준기 부대표가 대표로 내정됐다.
거래 가뭄 속에서 선방했지만 재무자문 부문도 변화의 바람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무자문 부문은 2022년부터 박대준 대표가 이끌고 있는데, 박 대표 취임 이후 M&A 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딜 자문이 선방했더라도 시장 위축을 피하긴 쉽지 않았다"라며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삼일도 이러한 영향을 피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자문 시장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리더십이 바뀌거나 변화를 앞둔 곳들이 많은데, 지난 2년간 자문 분야의 부진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올해 괄목할 반등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입지가 위태로워질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김상곤 광장 경영총괄대표는 올해 대표변호사 임기가 3년 연장됐다. 김 총괄대표는 기업자문그룹의 주요 파트너로서 M&A, 외국인투자, 기업구조조정, 합작투자 등 기업자문에서 활약했다.
광장은 빅딜이 드물었던 지난해에도 M&A 부문에서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등을 자문하며 성과를 냈다. 하지만 매출은 2022년(매출 3762억원)보다 역성장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조직의 신임을 받았지만 부담은 이전보다 클 것이라는 후문이다.
태평양은 M&A 및 경영권 분쟁에서 성과를 보인 이준기 변호사가 올해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자문부문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대표를 추대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향후 자문영역에서 광장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외국계 IB를 이끄는 대표들도 고심이 깊다. JP모건은 올해 1월 IB총괄직에 조솔로 수석본부장을 선임했다. 1980년생인 조 총괄은 2018년에 JP모건에 합류한 이래 고속 승진했다. 2022년 수석본부장에 오른 이후 불과 2년만에 IB총괄에 올랐다.
그 만큼 부담도 크다는 평가다. 수석본부장에 오른 이후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인수, SK쉴더스 매각 등의 성과를 보였지만 대형 거래가 줄어들며 회계법인들과 실적 경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롯데손보 매각을 진행하는 만큼 해당 성과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CS와 합병한 UBS를 이끄는 이경인 대표의 어깨도 무거울 거란 분석이다. 최근 SK렌터카 매각에 성공했지만, 과거 CS 시절에 영광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CS 주요 인력이 이탈한 상황에서 대기업 네트워크가 이전만 못하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UBS가 IB를 키울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딜 가뭄 속 부진한 성과는 조직의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딜 가뭄이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현실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매도자와 인수자간의 가격 차이가 아직 적잖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