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판매량 3위, 공고해진 TOP3 체제
질주하는 현대차, 10년전 수준에 멈춘 시가총액
애매해진 전기차 전략, 고용이슈까지 산적
美대선 영향권에 든 현대차, 대외변수 최대치
-
현대자동차그룹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사업적 측면에서 거의 모든 상황이 현대차그룹에 우호적이었던 2023년을 정점으로 실적이 꺾이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은 아직까지 현실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1분기 전세계 완성차 메이커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현대차그룹의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현대차그룹의 2023년 자동차 판매량(현대차·기아·제네시스 합산)은 약 730만대로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전세계 3위이다. 영업이익은 우리나라 기업 중 1위, 영업이익률은 전세계 1위(2024년 1분기 기준)이다. 매달 완성차 메이커의 시상식에 현대차·기아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 제네시스의 브랜드의 안착이 가시화하고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현시점은 명실상부한 그룹의 전성기이다.
아직은 완벽하진 않지만 다소 매끄러웠던(?) 권력의 이양,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완벽히 변화한 그룹의 체질이 최근의 호실적에 기여했다는 점도 인정할만 하다.
매달 축배를 들어도 모자라 보이지만 현재의 상황이 '현대차와 기아, 그룹 전반의 가치에 오롯이 반영되고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약 52조원으로 그룹 계열사를 모두 더해도 약 150조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올해 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계열사 주가가 반등해 달성한 수치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26조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압도했고 올해 1분기 역시 삼성전자의 이익을 뛰어넘었지만 시가총액에 있어선 여전히 비교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2012년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60조원에 달했다. 냉정히 따져보면 12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위상은 높아졌지만 주가는 뒷걸음 질 친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포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판매량 5위에 등극했고 2022년부터 3위 자리를 수성중이다. 역대급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사업적 성공이 기업가치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은 다른 완성차 메이커와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
주가는 미래가치를 반영한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현대차그룹의 변수들은, 기업가치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때 미래차 시장의 후발주자로 평가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어느덧 전기차 시장의 주요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이젠 테슬라도 경쟁 대상으로 여겨질만큼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더 빠르게 치고 올라온 '중국'이란 변수는 미국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현대차그룹에도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그룹의 '수소 사업 전략'이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 질 것처럼 여겨졌던 '수소 사업'은 더 이상 현대차의 미래를 대변하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전동화 생태계의 구축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일련의 상황들은 '하이브리드'로 대표하는 '토요타'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고, 이는 토요타의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아직 전세계 미래차 시장의 패권을 어떤 기업이 쥐게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에 '전기차', '수소' 등의 분야에서 명확한 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고용 이슈는 이미 상수지만 최근 들어 노조 측이 주 4.5일 근무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 조성됐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노조 결성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사측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근로자들은 이르면 내달 전미자동차노조(UAW) 가입을 두고 투표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숫자로 증명하기 어려운 무형의 측면에서 고용 리스크는 현대차의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지배구조개편도 매듭지어야 한다. 과거에는 그 당위성이 경영의 불확실성 해소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젠 저평가(?) 해소란 측면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주가를 억누르고 있단 의혹(?)을 벗어내기 위해선 현대차의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지배구조 최상단 현대모비스에 붙은 만년 저평가의 꼬리표를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신사업은 특별할 게 없다. 차량공유를 비롯한 크고작은 신사업 투자는 접은지 오래다. 자율주행 분야는 더이상 신사업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자율주행 사업엔 이미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하는 부담이 지속하고 있다. 최근 그룹의 행보를 비쳐보면 한국과 미국의 투트랙 전략이 점점 구체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잘 하는,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파는 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미래차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의 확장 여부엔 관심이 쏠린다. 앞으론 본업과 신사업, 투자, 회수, 사업적 성과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룹 내 인사들의 평판과 위상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올해 10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대선 후보들 모두 자국 산업의 보호무역 기조가 뚜렷한 만큼, 대선이후 현대차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대관 분야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미 과거에 사(THAAD) 사태에서도 경험했듯 불가항력적인 정풍(政風)에 휘말릴 수 있단 위기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현재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육성정책이 뒤바뀔 여지도 남아있다. 전기차 또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등 어떤 사업에 집중해야할지 결정을 보류해야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대차 및 수많은 협력업체 대부분이 공유하는 고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