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구조 변화 대비해 진행 중인 거래에도 변화 양상
내달 주총 향방에 관심 집중…기본 골조 변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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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등장하며 그룹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복잡해졌다.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유언장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그룹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다.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그룹을 나눠가지는 기본 골조부터 진행 중인 거래들이 순차로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투자업계에선 내달 예정된 효성그룹 임시 주주총회 진행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주총에서 효성그룹을 약 8대 2 비율로 인적분할하는 안을 승인하면 7월1일부로 ㈜효성과 ㈜효성신설지주 2개 지주사 체재가 출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되며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에서 형제간 우애를 당부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법정 상속비율) 이상 재산을 물려주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언을 따르자면 조 전 부사장도 ㈜효성을 포함해 4개 사업 자회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룹 경영에 참여할 길이 열린 셈이다.
자연히 장남과 삼남을 중심으로 한 승계, 계열 분리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효성그룹은 작년부터 두 형제가 계열을 나눠가진 뒤 상호 보유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마련하고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짜왔다. 그러나 지금은 삼형제가 유산을 나눠가져야 하는데 그룹이 둘로 쪼개지는 상황이 됐다.
이미 조 전 부사장은 유언장 공개 직후 "유언장이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워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희망할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은 진행 중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고 있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투자은행(IB)을 상대로 계열 분리를 포함해 NF3(삼불화질소), 탄소섬유 분할 및 유동화 작업 등을 준비해왔는데 유언장에 다른 내용이 담긴 상황"이라며 "8대 2 분할비율도 향후 상속세 납부까지 포함해 짜인 구조인데, 승계 대상이 둘에서 셋으로 늘어나면 계산이 복잡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진행 중인 거래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효성화학은 최근 특수가스 분할·유동화 거래를 경영권 매각으로 선회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채무 연대보증 문제로 분할 대신 신설법인에 영업양수도 후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했다. 상법상 분할 대신 자산·영업양수도를 택할 경우 연대보증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효성그룹이 특수가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채권단과 신규 투자자 우려까지 덜 수 있는 구조를 고안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통매각을 포함해 특수가스 사업을 양수할 신설법인 설립 주체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효성화학 재무 불안 문제도 있지만 뒤바뀔 승계 구조까지 고려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신설법인을 ㈜효성의 자회사로 두느냐, 다른 사업 자회사 아래 손자회사로 두느냐에 따라 자금이 드나드는 경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분할 대신 양수도를 택한 것 자체는 그룹과 효성화학, 대주단, 투자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를 짠 건데 지금은 이해관계자가 하나 더 늘었다"라며 "조현문 전 부사장이 승계 과정에서 특정 회사를 요구할 경우까지 대비한 구조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효성중공업도 인적분할 방안을 검토하다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중공업은 크게 건설과 변압기(중공업) 부문으로 나뉘는데, 분할 시 재평가가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관련 계획이 시장에 새어 나오며 효성중공업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기도 했다.
효성그룹 승계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이한 만큼 시장은 계속해서 내달 주총까지 상황을 지켜볼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이 유언 내용을 두고 일찌감치 문제를 제기한 터라 협의 결과에 따라 기본 골조가 크게 틀어질 가능성도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