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싸움이 능사?…신세계와 쓱닷컴 FI, '평판 비용'도 신경써야
입력 2024.05.27 07:00
    취재노트
    기업-PEF 분쟁 결국 법정 가는 경우 많지만
    투입 비용·노력·시간 대비 실익은 크지 않아
    평판 위험은 물론 '경제적 타격'도 생각해야
    끝장 싸움 대신 원만한 합의 도출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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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들어 신세계그룹과 쓱닷컴(SSG닷컴) 재무적투자자(FI)간 논리 공방이 본격화했다. FI들은 상장을 통한 회수가 어려워지자 풋옵션(Put option)의 유효성을 주장했다. 중복 계상을 제외하면 쓱닷컴은 거래액(GMV)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 경우 신세계그룹에 투자 지분을 사달라 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세계그룹은 풋옵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보고 있다.

      기업과 사모펀드(PEF)간 거래에서 갈등이 생기면 재판정으로 무대가 옮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르고 기존 판단에 대한 당위성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PEF는 출자자(LP)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지켜야 하니 작은 가능성이라도 포기하기 어렵다. 기업은 기업대로 배임 등 족쇄를 피하기 위해 '강대강' 대치를 택한다.

      서로 다분히 감정적으로 움직이니 '좋은 결말'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투는 동안 담당자의 감정 소모는 극심하다. 소수 정예로 돌아가는 PEF는 핵심 전력의 일부가 소송에만 묶이니 부담이 크다. 국제중재로 이어지면 국내외 로펌에 나가는 소송비용도 상상 이상이다. 자존심을 위한 다툼에 실익보다 출혈이 크다. 이 때문에 LP가 나서 '스톱 신호'를 주는 경우도 나타난다.

      일단 분쟁이 발생하면 당사자들은 시장에서 긍정적이지 않은 눈초리 받게 된다. 분쟁에서 이기면 '주장의 명분'을 인정받지만 그렇다고 크게 득이 될 것도 없다.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고 일을 키웠다는 '능력 부족'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잇따른 투자 실패와 실적 부진, 오너의 튀는 행동 등으로 시장의 이목을 받았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 등 FI도 최근엔 투자 성과보다는 포트폴리오 부진, 개인사 등으로 더 부각됐다. 소위 '이슈 메이커'인데 관심의 성격은 썩 긍정적이라 보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쌍방이 벼랑 끝 싸움을 이어간다면 이미지가 더 고착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평판 위험에 그치지 않는다. 쓱닷컴 풋옵션 공방은 자본시장의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장이 '이들과 일을 하면 시끄러워진다'거나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거나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등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필요한 돈이 많은 신세계그룹이나 투자와 회수가 본업인 FI 모두 달갑지 않다.

      신세계그룹과 FI의 주장은 간극이 적지 않다. 다만 한 쪽만 이기는 다툼 양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서로 부담이 크다. 이에 서로 명분을 내주면서 절충점을 찾아갈 것이란 기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범(汎)삼성가로서 명예를,  FI는 적정 선에서의 실리를 챙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법정을 찾을 경우 서로 조율할 여지가 줄어드는 점도 부담이 된다.

      신세계그룹은 FI 자금을 유치해 물류 시스템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도 확장할 수 있었다. 원금 풋옵션을 인정한다 해도 실익이 없었다 보긴 어렵다. 5년간 무이자로 자금을 빌려 쓴 셈이라 치면 아낀 이자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IPO 추진권을 가진 FI가 몽니를 부리면 회사 경영은 더 복잡해진다.

      쓱닷컴 FI 역시 신선식품 영역을 구축하고 있던 대기업과 거래했기 때문에 일확천금의 꿈을 꿀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PEF가 대기업과 점점 대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사례가 늘지만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대기업들과 척을 져선 안된다'는 분위기도 여전히 남아 있다.

      쿠팡이 독주하던 유통 시장은 최근 중국(C커머스)의 공습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도태되던 커머스사들이 회생할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기회를 주요 주주간 내분으로 날리긴 아깝다. 신세계그룹과 FI 모두 사업 파트너로서 관계와 지위를 갖고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최대한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