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이어 무인차·장갑차까지…방산 수주전 뜨거워진 한화와 범현대가
입력 2024.05.30 07:00
    한화에어로-현대로템, 다목적무인차량 입찰서 경쟁
    국내 수주전, 해외 수출 위한 전초전으로 기능
    차륜형 장갑차, 양사 모두 유럽 시장 주요 타깃
    한화와 현대 그룹 오너 간 자존심 싸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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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방위산업(방산) 수주에서 한화그룹과 범(汎)현대가 간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KDDX 수주 경쟁 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육상 무기 분야에서도 수주 경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방위사업청(방사청)의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 사업 입찰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양사 모두 방사청의 제안서 평가에서 동점을 받았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올해 말 선정될 예정이다. 2020년 신속획득 시범사업 당시에는 양사 모두 최저 기술을 충족하고 가격을 '0원'으로 써내 가위바위보를 통한 추첨 방식을 통해 현대로템이 시범사업을 따낸 바 있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인력 투입이 어려운 전장환경에 투입해 수색이나 폭발물 처리 등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무기체계로, 미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해당 사업 예산은 496억원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에 속하지만, 향후 해외 수출을 위한 전초전으로 기능할 수 있어 양사 모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차륜형 장갑차 분야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유럽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수주전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차륜형 장갑차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타이곤'을, 현대로템은 'K808'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로템은 21일(현지시간) 2025년 말(예정)까지 STX를 통해 차륜형 장갑차 K808 백호 30대(1차 양산분)를 페루 육군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금액은 6000만달러(약 820억원) 규모다.

      방산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한화와 현대가 생산하는 제품이 점점 겹치고 있다"며 "이에 동일 국가, 동일 상품으로 하는 수주 경쟁을 지양하라는 방사청 메시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말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소송전으로 비화한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DX) 수주전 역시 해외 수출까지 염두에 뒀기에 갈등이 거세졌다는 평가가 많다. 초도함 건조를 선점하는 업체가 향후 수출 시 유리하다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의 경우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사실상 방산 기업의 미래는 수출에 달려있다"며 "국내 수주전의 경우 국내 사업 자체보다는 수출 시 대외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방산 시장에서 자꾸 부딪히는 한화그룹과 현대차·HD현대 그룹의 양상을 두고 한화를 견제하는 범현대가의 움직임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방산의 경우 첨단 기술력이 결집하는 사업인 만큼 '현대'가 '한화'에 밀리는 형국이 연출되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방산업체 한 관계자는 "KDDX 사업으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현대가 사람들이 방사청에 방문해 범현대가가 움직일 것이라 엄포를 놨다는 얘기가 업계서 전해진다"며 "현대그룹이 HD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으로 나뉘어 있다고 해도 오너 간 자존심이 걸려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방산 대기업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유럽에서 자국 무기 구입 비중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끼리의 소모적인 싸움이 해외 수주 경쟁 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끼리 출혈 경쟁해서는 해외 수출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특히 KDDX 사업의 경우 방사청이 나서 교통정리를 하는 등 소모적인 경쟁으로 힘을 빼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