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대선 여파 클 것 같은데..." 美 찾은 경제인들 긴장한 까닭
입력 2024.05.31 07:00
    취재노트
    美 대선 D-6개월, 미국 찾는 경제인들
    "대중국 전략, 예상보다 훨씬 강경, 韓체감도는 아직"
    "대선 전후 해외 전략 다시 세워야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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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직접 와보니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의 골이 상상을 초월하네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그 어떤 시절보다 커질 것 같은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 기업인의 말이다.

      국내 기업인들의 미국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 달에만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한국무역협회 회장 및 회원사들이 미국을 찾아 다수의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했다. 각각의 일정에는 미국 지한파 모임 소속 상·하원 의원들과의 면담, 국제경제 분야 연구소 방문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방미 일정엔 우리나라 바이오·반도체·철강·이차전지 등 각 분야의 중소·중견 기업인들도 동행했다.

      올해 국내 기업들에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인 까닭이다. 이미 1군 대기업들의 탈(脫) 중국 그리고 대미(對美) 관계 강화 기조는 고착화했다. 올해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양강 구도인데 두 후보 모두 자국의 보호무역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인들이 부담을 느끼는 요인이다.

      방미 이후 일부 기업인들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강경하다는데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정책이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의 일환을 넘어, 사실상 중국을 적대시하는 주요 인사들의 태도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국내 중견기업 한 임원급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을) 적대 국가 취급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해외 사업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봐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에 수출하는 상당수의 제품들은 중국과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하고 멕시코를 거쳐 미국 국경을 넘는 경우가 많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높은 관세는 단순한 중국산뿐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한 부품이 포함한 제품에도 매겨지기 때문에 멕시코에서 가공을 통한 대미 수출이 중소·중견 기업들에는 사실상 유일한 우회 통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 멕시코를 우회하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수입 기준을 적용하겠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내부 움직임을 파악한 경제인들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포기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 뻔하고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자니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이 많다.

      실제로 한 기업인은 "중국 사업을 아예 철수해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사실상 미국이 가장 중요한 제 1시장인만큼 미국이 적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애초에 끊어내 추후에 있을지 모를 피해를 최소화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이 같은 고민은 단순히 중소·중견 기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과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은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으로 반사이익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든 상관없이 강화될 보호무역 기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란 우려가 더 크다.

      우리나라 기업들을 둘러싼 대외 변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란 정풍(政風)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30년의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슈퍼엔저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론 완성차, 조선, 전기전자를 비롯한 주력 산업 분야에서 번번이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저가 제품은 빠르게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베트남·인도 등 '검증되지 않은' 국가들에서 적극적인 활로를 모색하기도 쉽지만은 않죠. 이래저래 긴장감만 높아진 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