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금융사들, 불법ㆍ비리 혐의 확인된 회사와 거래못해
메리츠 투자문화는 결국 돈만 벌면 범죄도 용인한다는 뜻
"고리대금업 '양지'로 끌어올린 회사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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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금융회사에선 내부 규정 위반으로 못할 딜(deal)이에요. 미국 벌처펀드(고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투자 펀드)들도 이런 범죄와 관련된 자산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결국 고리대금업을 양지로 끌어들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
메리츠금융(이하 메리츠)이 M캐피탈 3000억원 규모 담보대출에 나선 것을 두고 투자업계에서도 날 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 대출은 법원에서 1심 유죄판결까지 나온 사모펀드(PEF)를 도와주는 거래라는 점에서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최근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는 M캐피탈에 우선적으로 10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M캐피탈 우량자산 7600억원을 양도 담보로 잡았다.
이번 거래 후 M캐피탈은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메리츠 대출 이후 M캐피탈에 남은 자산은 PF채권 액면 7000억원 정도다”라며 “메리츠가 이번 기회에 알짜 우량자산을 싹쓸이 해간 셈”이라고 말했다.
담보로 잡지 않은 부동산 PF채권은 부실우려가 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PF 영업자산 중 변제순위가 중후순위인 여신 비중이 65%, 비수도권 사업에 소재한 여신의 비중은 53%에 이른다. 한신평은 “타 캐피탈사보다 중후순위 비중과 비수도권 비중이 다소 높다”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당초 새마을금고가 M캐피탈에 담보부사채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려고 했을때 논의되던 담보는 PEF 출자금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메리츠는 이번 거래에서 출자금뿐 아니라 사채, 인수금융, 신탁 2종 수익권 등도 전부 담보로 잡았다.
이자 장사도 톡톡히 했다. 표면적으론 한 자릿 수 금리를 내세웠지만, 신용등급 변화에 따른 ‘스텝업’ 조항을 넣었다. 여기에다 약속한 3000억원 중 나머지 2000억원은 언제 집행될지 미지수다. 당장 M캐피탈에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2000억원이 넘는다.
결국 시간은 메리츠 편이다. 게다가 현재 금리는 '확정된 최저 수익'일 뿐, M캐피탈의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고 신용등급이 깎인다면 메리츠는 더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고리대금업 방식과 모델이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메리츠의 '악명'은 이미 금융시장에 자자하다.
한 크레딧 펀드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선 메리츠쪽 돈 받은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데, 알려지는 순간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선언하는 셈이기 때문"이라며 "옛날 명동에서 돈 빌렸다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 명동 사채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21세기에 양지로 꺼내온 게 메리츠라는 것이다.
이번 M캐피탈 대출 건에서도 메리츠의 사업방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금융기관들은 M캐피탈 유동성 공급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투자 의사를 잇따라 접었다. 내규상 범죄혐의와 연루된 운용사(GP)가 경영하는 회사에 투자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담보도 담보지만 결국 M캐피탈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면 새마을금고가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무위험 고수익 투자"라면서도 "해당 거래에 대해 이미 복수의 증권사들에 문의가 들어갔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범죄혐의와 연루된 운용사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내부 지침상 투자를 집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걸 메리츠만 유일하게 '투자해도 된다'라는 내부방침을 내렸다는 의미다. '돈말 벌면 범죄 연루된 자산이라도 상관 없다'라는 게 메리츠라는 금융그룹의 속성임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메리츠의 이번 대출로 인해 M캐피탈의 GP인 ST리더스 교체는 더 꼬이게 됐다. ST리더스는 전 대표가 새마을금고 측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이를 이유로 M캐피탈의 GP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측에선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 테두리 안에서는 해결이 어렵다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ST리더스가 GP교체를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M캐피탈 지원을 교체의 조건으로 내세우려던 전략도 메리츠의 등장으로 무산됐다. GP 교체에 시간이 길어지면 ST리더스는 운용보수는 그대로 챙기고, 추후 매각에 따른 성과급도 받을 수 있다.
이 와중에도 메리츠는 오히려 자사를 '구원투수' 라고 자화자찬하기까지 했다. 보기에도 낯 뜨거워지는 아래의 문구들은 메리츠가 M캐피탈에 3000억원을 지원한다며 2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담긴 표현들이다.
"비올 때 우산 씌워주는 금융사"
"캐피탈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조기진화하기 위한 구원투수"
"메리츠금융그룹이 국내 기업이나 산업의 유동성 위기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업계에서는 롯데그룹과의 협업은 메리츠가 스텐트 역할을 해 자금시장의 돈맥경화를 해결하고 시장을 선순환하게 한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국내 대표 IB로 성장한 메리츠금융그룹이 다양한 경제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금융 니즈에 대한 맞춤 솔루션을 시의적절하게 제공했다"
메리츠의 희망(?)과 달리, 메리츠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은 기업들은 구원투수는 커녕, 양지로 나온 사채꾼 취급하는 분위기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건설사 유동성 위기 당시 메리츠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은 당시를 '악몽'으로 회상한다. 게다가 M캐피탈 담보대출 건을 정당화하려고 굳이 롯데그룹 이름까지 넣으며 자사를 홍보하고 나선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엿보인다.
롯데그룹 내 관계자는 "소방수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기업이 어려울 때 고금리로 돈장사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 메리츠를 '손절'하고 시중은행 5곳 등을 주축으로 2조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PF 우발채무를 장기 조달구조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