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업양수도 심사에서 해외투자자 비중 관건
외국계 자금 많으면 LCC 항공면허 취소 대참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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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인수 경쟁이 에어프레미아ㆍ에어인천ㆍ이스타항공 3파전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인수 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국내 사모펀드와 손을 잡았지만, 펀드의 해외투자자(LP) 비중이 높을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어프레미아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인수 과정에서 MBK파트너스의 출자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룩셈부르크 화물항공사 카고룩스(Cargolux)가 LP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무산됐고,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도 보유 자금을 활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회사 자체 자금과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의 프로젝트 펀드,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츄에이션(SS) 2호 펀드 등을 활용해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계획이다. 기존 최대주주인 AP홀딩스(지분 약 44%)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카고룩스와 JC파트너스의 출자 무산은 국토교통부가 외국계 지분을 이유로 사업양수도 인허가를 불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업법 제9조 및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에 따르면, 외국 국적의 법인 또는 단체는 국내항공운송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JC파트너스는 신규 프로젝트 펀드 모집을 시도했지만 일본 등 해외 LP 비중이 높아서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빌리온PE도 미쓰비시상사 등이 참여한 블라인드펀드를 포기하고, 국내 자금으로 구성된 신규 프로젝트 펀드로 출자할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핵심 출자자가 된 MBK파트너스도 국토부 심사 물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국토부에 사업양수도 인허가를 신청하면, 국토부는 MBK와 파빌리온PE 등 에어프레미아 주주들의 지분 구조를 살펴볼 계획이다. 이는 유럽(EC)과 미국(DOJ) 경쟁당국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진행된다.
항공업계에선 국토부가 MBK파트너스의 SS펀드 내 해외 LP를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는 에어프레미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스타항공의 아시아나 화물 인수 비용을 전부 대기로 한 대주주 VIG파트너스, 에어인천의 우군으로 참여하는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PE)도 국토부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수 지분으로도 얼마든지 사실상의 회사 지배를 할 수 있다면 국토부가 유권 해석으로 문제삼을 수 있다"며 "외국계 자본이 아시아나 화물기를 인수하면, 대한민국과 항공 협정을 맺은 국가를 운항하게 되는데 이는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수전에 참여한 저비용항공사(LCC)들 사이에선 당혹스런 분위기도 감지된다. 항공법에 따르면 외국인 주주는 국내 항공사 지분을 최대 49%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항공기는 별도의 문제다. 일명 '49%룰'을 충족하더라도 사업부 인수는 사실상 항공기를 인수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외국 국적을 가진 항공기는 등록할 수 없다. 당초 '49%룰'만 인지하고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국토부가 해외 LP 비중까지 살피면서 인수 대금을 감당하기 위해 유치한 사모펀드(PEF) 투자자들이 취약점이 됐다.
각 LCC들은 제3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사모펀드에 지분을 주고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만약 국토부가 LCC의 해외 LP 비중이 항공법에 위배되는 수준이라고 해석하면, 아시아나 화물부 인수 무산은 물론 보유하고 있는 항공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대부분 신생 LCC들이라 항공법 조항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해외 투자자들 말에 휩쓸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LCC들이 최근 국토부로부터 대한항공을 통해 '법률 검토를 명확히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에 대해 국토부가 일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흘러가서 인수 구조를 변경하는 분위기"라며 "특별한 '룰 북'(Rule book)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 기간산업이라 국민 정서를 많이 보기 때문에 어려운 딜"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