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는 해외 LP…국내서 펀딩 기회 모색 늘어
국내 기관 입장선 '환영'…흠잡을 곳 없는 서류
중·소형 PE는 '불만'…골목상권 침해하는 것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무원연금공단이 4년 만에 국내 대체투자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선 가운데, MBK파트너스 등 대형 운용사가 출자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올들어 초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국내 연기금·공제회 출자에 모습을 비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중소형 PE의 입지가 줄었다는 평가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2위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공무원연금공단의 PEF 위탁운용사 선정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1위인 한앤컴퍼니 역시 해당 사업에 참여를 검토하며 사전에 의사를 밝혔다가, 최종적으로는 참여치 않기로 했다. 공무원연금은 리그별로 2개사씩 총 4개사를 선정할 계획이며, 대형리그엔 각 400억원씩, 중형리그엔 각 300억원씩 출자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리그 2개사를 선정하는데, 한앤코와 MBK가 참여를 검토하며 사실상 경쟁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한앤코와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주로 해외 LP를 대상으로 펀딩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가 불거지며 해외 LP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해외 운용사들까지도 올 들어 국내 연기금·공제회를 찾는 횟수가 늘었다.
실제로 지난 3월 MBK파트너스는 한국원자력공단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PEF 출자사업에 지원했고, 한앤코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지원한 데 이어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 콘테스트에도 참여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불거진 이후 출자 여력이 크게 줄어 사실상 지갑을 닫은 상태"라며 "그에 반해 한국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여전히 프로젝트 등 출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한앤코, MBK를 비롯해 해외 현지 운용사들까지 국내에서 펀딩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의 출자 규모를 고려하면, 한앤코와 MBK파트너스 모두 '매칭' 목적으로 참여한 것이란 평가다. 한앤코는 현재 약 32억달러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를, MBK파트너스는 약 80억 달러 규모의 6호 블라인드 펀드를 모집 중이다. 한앤코는 다음달 중 4호 펀드를 클로징할 예정이다.
사실 국내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이들 대형 운용사가 출자사업에 지원해주는 것이 반가울 것이란 평판이다. 향후 감사기관에서 감사가 나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서류'인데, 한앤코와 MBK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운용사로서 서류상으로 흠잡을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최종 운용사로 선정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소형 PE들은 이러한 상황이 반갑지 않다. 대형 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출자사업까지 참여하게 되면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위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다.
한 크레딧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 시장 전체로 봤을 때 특정 운용사로의 자금 쏠림은 긍정적이지 않다"며 "가뜩이나 새마을금고 등이 프로젝트 출자를 줄이며 신규 PE의 등용문이 줄고 있는데, 최근에는 블라인드 출자마저 자금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자금운용 전략상 대형리그 한 곳에 크레딧펀드 선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리그와 중형리그를 나누는 AUM 2조원의 기준도 허들이 높지 않아, 의외로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