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분할 매각, MBK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입력 2024.06.10 07:00
    내년 홈플러스 인수 10년…꾸준한 재매각설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먼저
    국내외 잠재 후보 거론…성공까진 지켜봐야
    여전한 재무부담·낮아진 유통업 매력
    결국은 '대형마트' 홈플러스 매각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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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을 두고 결국 본체인 홈플러스 재매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다운사이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의 비우호적인 업황 분위기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낮아진 유통업 인기를 감안하면 '대형마트' 홈플러스 재매각은 MBK에 난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MBK파트너스와 주관사 측은 이달 중으로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에 투자 안내서(티저레터)를 보내고 접촉에 나설 게획이다. 

      2004년 출범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GS 더프레시,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와 함께 시장점유율 20%대 이상을 보유한 SSM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의 매출을 약 1조2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대로 추산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43개의 직영 매장과 72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235개 점포를 서울과 경기, 인천에 두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 사업부문 중에서도 알짜 부문으로 꼽혀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EBITDA 마진율이 8%대로 SSM 업계 EBITDA마진율 평균인 5% 수준 대비 높은 편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옴니채널로 롯데(롯데슈퍼)·신세계(이마트에브리데이)·GS(GS더프레시) 등 경쟁 SSM 사업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외에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 이커머스 기업들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이 과연 실제 나설지는 미지수다. 기존 SSM 경쟁사인 롯데·신세계·GS의 경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후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수익성 있는 점포에 집중하는 전략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이나 알리바바 등 이커머스들도 물류센터 확장에 나서고는 있지만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판매 거점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알리바바 측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설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유통업 매물이 M&A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는 점도 변수다. 이미 시장에 유통 매물이 다수 나와있는 점도 고려된다. 현재 SK스퀘어의 11번가가 매물로 나와있고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기존 FI(재무적투자자)는 엑시트(투자회수)하기로 하면서 새 투자자와 협상에 나선 상황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MBK가 자신이 있으니 매각에 나서겠지만 해당 비즈니스가 요즘 시장에서 인기있는 비즈니스는 아니라서 얼마나 흥행할 지는 모르겠다”며 “니즈가 맞으면 나서는 원매자가 있겠지만 아직 시장에서 크게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이 되는 내년을 앞두고 안팎에선 재매각설이 거론되어왔다. MBK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는 인수 당시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는데,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 등으로 처분해 4조원에 가까운 빚을 갚았다. 

      그러나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 유통업계가 이커머스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대형마트가 직격탄을 맞았고, 홈플러스는 지속된 영업손실에 차입금 이자 비용과 임대료 등 과중한 재무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잠재 인수자로 거론되는 유통 대기업들은 자체 점포도 효율화에 나서고 있으니 홈플러스 인수에 조단위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홈플러스 재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앞서 프랑스 까르푸 철수에 이어 영국 테스코도 홈플러스에서 엑시트 한 만큼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의 참여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처럼 개발사업을 통한 투자회수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을 감안하면 그 역시 불투명하다. 그렇다보니 지난해부터 사업부문을 분할해 돈 되는 것부터 매각할 가능성이 관측된 바다. 

      지난해 초 홈플러스의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등급영업적자 확대 등 실적부진 지속과 점포 매각 등에도 과중한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후 3분기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강등됐고 등급전망은 ‘부정적’이 유지됐다.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3년 2월) 홈플러스의 총매출은 6조9315억원으로 전 회계연도(6조6006억원)보다 5.0%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994억원, 당기순손실은 5743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홈플러스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9년 6월말 140개에서 지난 달 130개로 줄었다.

      지난달 말 홈플러스는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3개사와 3년 만기 조건으로 1조30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재융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재무 부담 경감을 꾀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적자 규모나 재무구조 부담 등 홈플러스의 상황을 생각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에 나서는 것도 MBK로선 최선이 아니었나 싶다”며 “이번에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면 향후 홈플러스 처리(?)에도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