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임차 없이 국민연금ㆍ터브먼 등 기존 계약 승계 조건
빡빡한 조건에 신세계 그룹딜 노린 증권사들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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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의 부동산 자산을 담은 '신세계 리츠'의 상장 전 투자(프리IPO) 유치를 앞두고 거래 수임에 나선 증권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가 마스터리스(Master Leaseㆍ책임 임대차 계약) 없는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 등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를 고집하고 있는 까닭이다.
신세계그룹의 자산관리회사(AMC)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는 이달 KB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상장 전 주식 일부를 매도하는 프리IPO 작업에 착수했다. 스타필드의 리츠 전환 구상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교섭에 나선 상황이다.
가치평가나 기업실사(DD) 기초 작업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스타리츠'(가칭)에 스타필드 하남ㆍ고양ㆍ안성ㆍ수원점 등이 편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기존 임차인들과의 계약을 유지하면서,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타필드 임차인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받고, 이를 리츠 주식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서는 신세계 측이 내세우는 이런 조건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다분하다. 특히 마스터리스가 없다는 부분이 핵심으로 지적된다. 스폰서 리츠의 경우 장기 임대차 계약으로 다수의 임차인을 관리하는 마스터리스 계약이 핵심 요소다. 마스터리스를 체결하지 않겠다는 것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임차인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신세계가 제시한 리츠 구조 역시 증권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국민연금공단, 터브먼 등과 체결한 스타필드 지분 계약을 그대로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스타필드 하남점은 터브먼(약 32%)과 블랙스톤(17.15%)이, 고양점은 국민연금공단(49%)이, 안성점과 수원점은 터브먼(49%)과 KT&G(50%)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주주들과의 계약이 우선하기 때문에, 신세계가 자산 처분으로 현금을 확보해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는 '재간접 리츠' 구조다. 상장 이후에도 기존 자산 소유주들의 영향력이 높아, 공모 리츠 취지엔 맞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세계가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을 도입하고 싶었다면, 터브먼 등 주주들에게 값을 치르고 자산을 완전 인수 후 보유했어야 한다"며 "증권사들이 터브먼이나 국민연금과의 '셰어딜'을 원하지 않는데도, 신세계가 당당하게 인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IPO에 참여하는 예비 주관사들은 할당된 자금운용한도(book)를 활용해 리츠 지분을 일부 인수하고, 이를 재매각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신세계 측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북을 가능한 한 열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거론된다. IPO 흥행 실패시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신세계의 조건에 대해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그룹 자산유동화 거래의 경우 정용진 회장 등 최대주주의 의지가 없으면 진행이 어렵다는 게 통설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신세계와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거래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세계 측이 조건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하고 싶은 딜이지만, 신세계의 조건대로 추진하면 시장 반응도 냉담해진다. 증권사들끼리 어떻게 반대의 말을 꺼내야 하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이라며 "신세계가 장부가(취득원가) 대비 밸류를 낮추는 등 조건을 시장 우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증권사들을 만난 것은 투자자 동향 조사 차원"이라며 "마스터리스, 매출 연동 임대료 등 프리IPO 조건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