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내부통제 부실 도마 위로
자체 시스템으로 적발했단 점 강조
다만 사고 재발에 소비자들 우려 가중
사고 적발보다 ‘방지’ 시스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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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2년 700억원대 횡령사고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을 쇄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100억대 횡령사고가 또 터진 것이다. 지난해 천억원대 파생손실 역시 내부통제 미비가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적발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재발하는 잇따른 사고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한다면 ‘적발’을 했다는 면피로는 금융사 신뢰를 되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방의 한 지점에서 약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을 파악하고 상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 역시 이 사실을 인지하고 곧바로 현장검사를 나갈 계획이다.
해당 지점 직원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 입금 서류 등을 위조해 대출금을 빼돌려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왔다. 가상자산 투자에 고객 돈을 활용했다가 수십억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부당대출, 횡령·배임 사고는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작년부터 경남은행의 약 3000억원 규모 횡령사건이나 KB국민은행 및 새마을금고 부당대출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문제는 한 은행에서 얼마나 ‘반복적으로’ 사고가 일어나는지다. 신뢰와 평판을 토대로 영업하는 은행의 경우 부실사고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고객기반을 잃을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약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작년에도 한 직원이 수천만원의 고객 공과금을 횡령한 바 있다. 작년 파생상품 투자 과정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을 내기도 했다.
지난 2년간 우리은행은 횡령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시재관리 등 내부통제 강화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왔다. 그런데도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이슈가 끊이지 않은 셈이다. 운용 과정의 손실이야 내부통제 미비로 보긴 어렵다고 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금융사라는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
횡령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반복적으로 꾀해왔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직후 내부 준법감시 실무자들을 불러모아 ‘그룹 내부통제 현장 자문단’을 신설했을 정도다. 지난해 6월엔 내부통제 모범사례로 선정됐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지속되지 못했다. 이미 전조도 있었다. 최근 6개월새 5000만원, 9000만원 규모의 크고 작은 횡령이 반복됐다. 그러다 이번 100억짜리 횡령이 또 터진 것이다. 금융사고를 제로로 만들겠다던 임종룡 회장의 선언이 무색할 정도라는 평가다.
금감원 등 당국에서도 은행권 내부통제를 ‘주문처럼’ 외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책무구조도도 오는 7월 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은행권 사건·사고에 당국에선 AI(인공지능) 기반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FDS 시스템으론 부족하다는 점을 착안해 자동 알고리즘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내자는 취지다.
우리은행 역시 디지털 기반 강화에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알뜰폰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고, 중소기업 대상의 디지털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역시 고도화 작업을 앞두고 있다. 다만 대부분 고객 기반의 영업력을 확대하려는 사업적 구상이 위주일 뿐 정작 기존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데는 뒷전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번 사고 발생 직후 우리은행은 자체적인 시스템을 통해 조기에 이상 징후를 탐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 큰 횡령사고를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도 적지 않다. 다만 여러 번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금융사의 가장 첫번째 덕목이라는 시선도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횡령 사건은 금융사 평판 훼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에 직무 분리, 순환보직, 승인 절차 복잡화 등 다양한 방법들이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왔다”라며 “그럼에도 일부 은행들의 경우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적발보다는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