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해고 통보 시작…8월까지 문책성 인사 이어질 예정
매각 등 사업 얘기는 그 다음…사장단·임원진 좌불안석
"문책 앞두고 회의 실효 있을까"…시선은 벌써 물갈이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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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있을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인사'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계열사 경영진들이 당초 수뇌부 주문대로 '사업 조정(리밸런싱)' 방안 보고를 준비하고 있지만 문책성 인사가 우선이 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미 각사 사장단부터 적지 않은 임원진이 자리를 비우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연히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SK그룹은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가진다. 그룹 구세주로 자리 잡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계열 간 에너지·바이오·제약 사업 주도권 조정까지 이미 주요 의제 대부분이 공유된 상황이다. 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 의장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원래 경영전략을 논하는 자리여야 하지만 내부에선 인사부터 바로잡기로 이미 방침을 정해둔 것으로 파악된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회의를 기점으로 7~8월까지 인사부터 처리하겠다고 계획이 잡혀 있다"라며 "벌써 문책을 받고 해고 통보가 이뤄진 사장단 소식이 들려오는데, 정작 시장이 기다리던 매각 작업들은 인사가 마무리된 뒤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와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성민석 SK온 부사장 등이 해임 통보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내주 예정된 회의에서도 계속해서 유사한 인사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내부는 물론 투자, 자문 시장 관계자들도 성과가 부진한 계열에서 얼마나 많은 인사가 교체될지 손가락을 꼽아보고 있다.
SK그룹이 파이낸셜 스토리 닻을 올리면서 신사업을 맡았던 외부 출신 전략통 인사 전반이 크게 불안할 거란 시각이 많다. 그간 SK그룹은 인수합병(M&A) 성과에 따라 재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으나 이들 사업 대부분이 시차를 두고 그룹 재무부담을 키운 탓이다. 지난 연말 최태원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이후 부회장단을 시작으로 단행된 인사 후폭풍이 6월 회의를 거치며 사장단·임원진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의를 앞두고 책임을 피하려는 경영진이 있는가 하면, 수펙스가 전면에 등장한 이후로도 투명하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에게 합리적인 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라 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내부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부터 최창원 의장이 책임을 강하게 물을 거란 분위기는 공유되고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고강도 조치가 이뤄지는 중이다.
특정 사업을 살리기 위한 회사 분할·합병, 매각 및 오너 일가 소송 문제까지 감안하면 문책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단 우려가 많다. 최근 M&A·합병이나 조달 계획 등 보안이 중요한 정보가 쉼 없이 시장에 새나오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인사가 많아지면서 보안 유지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내주 예정된 회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도 거론된다. 공식적으로는 그룹 기본 정신을 회복하자는 화두를 내걸었지만 문책이 예고된 마당에 경영진들이 이를 따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얼마나 큰 폭의 인사 교체가 이뤄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계열 사장단부터 임원진 전반에 불안감이 전해진다. 내실이 나쁘지 않더라도 그룹 지배구조 관리 측면에서 임원 자리를 줄일 계열사도 있을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계열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 사이에서도 경영진들이 대놓고 일을 안 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중"이라며 "SK그룹 거래를 기다리는 쪽도 현재 경영진보다는 전략회의 이후 인사들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