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전쟁 점입가경...'간담회 여론전' 나선 삼성ㆍ미래
입력 2024.06.25 07:00
    취재노트
    삼성운용은 '해외진출', 미래운용은 '상품'
    삼성 마케팅에 미래측 "껌팔듯 장사 안 해" 견제
    막상 '배타적 상품' 신청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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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산운용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기자간담회를 한 달 간격으로 개최하면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두 운용사가 강조한 핵심은 서로 다르지만,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적극 개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담회에서 작심하고 던진듯한 '날 선 어휘'까지 나오며 두 운용사의 갈등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미래운용은 24일 거래소에 신규 상장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해당 상품은 미국 대표 지수인 나스닥100 지수에 투자하면서 연 15%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월배당 커버드콜 ETF다.

      이 자리에서 미래에셋운용은 경쟁사 마케팅 전략을 비판하며 '커버드콜 상품의 원조'임을 강조했다. 이준용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ETF 시장이 성장했고 경쟁사도 활발하게 경쟁하는데, 미래운용은 라디오 광고, 껌팔듯 그런 장사는 하지 않겠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봐서 미래운용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운용업계에서는 최근 미래운용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운용을 겨냥한 말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운용은 최근 보수 인하를 내세워 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삼성운용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앰플리파이 CEO를 초청해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자리에는 앰플리파이 CEO인 크리스티안 마군(Christian Magoon)이 자리해 보유한 상품 설명과 더불어 미국 증권시장에 대한 전망을 설명했다. 삼성운용은 앞서 2022년 앰플리파이에 지분 20%를 투자한 바 있다. 

      당시 경영권 지분도 아닌, 소수 지분을 보유한 해외 ETF 운용사 CEO를 초청해 간담회를 연 것을 두고 운용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를 소유한 미래운용을 견제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서봉균 삼성운용 대표가 임기 중 추진한 해외 진출의 성과가 조명되는 것이 더욱 중요했던 게 아니겠느냐"며 "삼성운용 ETF 상품의 특징에 대해서는 설명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봉균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ETF 시장이 확장되던 초기엔 삼성운용의 히트 상품을 미래운용이 베껴서 내놓는 경우가 왕왕 있었지만, 최근엔 미래운용이 먼저 상품을 내놓으면 삼성운용이 '패스트 팔로잉'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런 전략을 타 경쟁사들도 따라하다보니 상품 개발에 투입하는 자본 대비 높은 점유율을 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미래운용의 핵심적인 고민 중 하나다.

      투자업계에서는 ETF 시장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배타적 사용권' 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초 거래소가 상장지수상품(ETP) 관련 배타적 사용권 제도를 개편했지만, 아직까지도 '1호 신청' 사례가 없는 상태다.

      거래소가 평가 항목을 비공개하는데다 정성 평가의 명확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선도 업체인 운용사 두 곳이 '장외 여론전'까지 불사할 에너지를 '배타적 사용권' 현실화에 쏟아주었으면 한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임원급 관계자는 "거래소 역시 ETP 제도 개편 후 실제 심사 사례가 없어 현 배타적 사용권 제도가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운용과 삼성운용이 진흙탕 싸움은 그만 두고 거래소나 금융투자협회 등 '규격' 내에서 경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