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 外 임원들도 대상될 듯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자연감소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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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임원진들은 위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28일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예고됐던 거센 칼바람이 현재로선 다소 누그러진 듯 하지만, 앞으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리가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게 됐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들 사이에선 자리가 보전할지, '경질' 또는 '사임' 어쩌면 '용퇴'란 단어를 써 물러나야할지 모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해임 통보나 직접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아도 계열사를 통폐합 과정에서 핵심 임원들의 변동이 자연스럽게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SK그룹 인사조치의 특징은 ▲ M&A전문가 배제 ▲실적 부진 문책 ▲재무라인 재배치 ▲SK온 살리기 등으로 요약된다.
SK스퀘어의 박성하 대표 해임은 경영실적 악화, 그룹 차원에서 주문했던 구조조정 성과가 미미한데 따른 문책성 조치로 풀이된다. 박경일 전 SK에코플랜트 대표의 해임 역시 무리한 사업확장 이후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성과가 미미한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각각의 자리는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CFO), 그리고 역시 '재무통'으로 불리는 김형근 전 SK E&S 재무부문장(CFO)이 맡는다.
SK온은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 부사장)를 보직해임 했다. 그를 영입하며 CCO직을 신설한지 10개월만에 보직해임이 단행됐는데, 그만큼 SK온 사태를 심각하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SK그룹이 정기인사가 아닌 비시즌에 경영진을 교체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SK에코플랜트, SK스퀘어 등의 사례에서 보듯 사업적·재무적 그리고 평판 리스크를 불러일으킨 계열사 임원들은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단 명확한 시그널을 남겼다. 대표이사가 아닌 외부 영입인사를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보직해임한 SK온처럼 계열사 핵심 임원들도 현재 그룹에 부는 인사 태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경영진 상당수가 교체 대상으로 물망에 올라있다"며 "경영전략회의와 이천 포럼을 전후로 수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들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취임한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으로도 최 의장의 의사가 깊게 반영된 인사가 수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예상치 않게(?) SK그룹의 사업적, 인적 구조조정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서 그룹은 속도도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단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용퇴'란 형식으로 자리를 반납하게끔 하겠단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단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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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문책성 인사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내년에도 그룹 경영진, 임원진들의 자리가 남아있을진 미지수다.
최근 계열사 대표들 해임이 가시화되자 다른 계열사 임원들은 앞다퉈 "우리 사장님은 절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다"며 설파 하기 바쁜 모습을 보였다. 대표이사의 신변이 바뀌면 임원들의 자리보전도 불확실해지는 터라 '제 살길 찾기' 차원에서 변화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를 담보할 근거는 없다. 당장은 속도조절이 이뤄졌지만 향후에 구조조정의 칼 끝이 최고경영진을 향할지, 아니면 핵심 임원으로 확장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단 평가다.
SK온 이외에도 각 계열사들이 처한 상황이나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그룹 계열사 가운데 실제로 돈을 '제대로' 벌고 있는 계열사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나머지 계열사들 상당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거나, 주가 하락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명분이 사려졌거나, 무리한 확장으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돼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 언젠가는 계열사를 이끈 대표들에게 책임을 묻게 될 수밖에 없다. 관련 임원들은 모두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전략회의 이전부터 계열 간 겹치기, 중복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자리가 줄어드는 건 불가피하단 분위기"라며 "굵직한 인사가 끝나면 어차피 매각 작업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자리를 비우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단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합병을 추진되는 SK E&S만 보더라도 합병 이후 임원 자리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그룹내 최연소 사장으로 승진했던 추형욱 SK E&S 사장이 '대표' 타이틀을 유지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위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 수소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왔지만, 최근엔 1조원 규모 수소 플랜트 건설도 무기한 연기되는 등 사업이 속도조절에 돌입하자 성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합병 대상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박상규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고, 자회사인 SK온은 이석희 사장을 선임했다. 최근 SK그룹의 인사 스타일을 비쳐볼 때 재임 기간은 신상 필벌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역할은 이노베이션 사업보다는 그룹의 골칫덩이(?)로 떠오른 SK온이 사업적, 재무적으로 제 궤도에 안착할 수 있느냐와 연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 현금흐름을 SK온에 제공하든, 외부투자를 유치하든 무관하게 단기간 SK온의 부활이 가시화될지는 부정적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그 책임을 짊어져야 할 누군가가 필요해지고, 두 사장의 명운도 여기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원철 사장이 이끄는 SKC는 실적부진을 탈피하지 않으면 책임소재를 피하기 어렵다. 6개분기 연속적자, 최근엔 신용등급 전망에까지 부정적 꼬리표가 달리며 A+의 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가 됐다.
조대식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과거 SK그룹의 확장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들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앞날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SK텔레콤의 유영상 사장은 오래전부터 박정호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다. SK텔레콤은 규모면에서나 상징적인 의미에서나 그룹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해야하는 계열사이지만, SK텔레콤 자체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단 점이 과제로 남아있다. 이는 박정호 부회장의 동생인 박진효 사장이 이끄는 SK브로드밴드도 마찬가지다. 이 '딱지'를 떼어낼 정도로 성과를 보여야 미래가 담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