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실사서 실망한 우리금융, ABLㆍ동양 패키지에 눈 돌렸다
입력 2024.06.27 07:00
    롯데손해보험 본입찰 28일…우리금융 참여 여부에 '관심'
    실사때 '실적 성장성' 집중 검토…유지될지 확신 못해
    우리금융, 실사와 동시에 ABLㆍ동양생명 검토 '투 트랙'
    '인수자 우위 시장'서 양다리...최종 선택은 역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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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불과 하루 앞두고 ABLㆍ동양생명 패키지딜이라는 대형 변수가 출현했다. 매물은 많은데 인수하려는 이는 없는 '인수자 우위 시장'에서 우리금융그룹이 양 다리를 걸치며 '투 트랙' 검토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두 달간 롯데손보 실사를 진행한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실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ABLㆍ동양생명이 패키지 매물로 나오며 대안으로 급부상했단 평가다. 투자자(LP) 동의서까지 받아가며 배수진을 친 JKL파트너스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ABL·동양생명 대주주인 다자그룹은 우리금융과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 주관사는 UBS증권이 맡았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이 UBS로 합병 전부터 다자그룹 측 주관 지위를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우리금융으로의 패키지딜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선 다자그룹과 우리금융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빅딜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자보험은 중국 현지당국으로부터 해외 비핵심자산을 조속히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 적정 회수 성과만 보장되면 매각에 나설 용의가 있을거란 평가다. 우리금융 역시 중형급 생보사 두 곳을 일거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다자보험은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으로부터 ABL·동양생명 패키지딜을 제안받았던 바 있다. 다만 당시엔 ABL생명을 먼저 팔고 동양생명을 매각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과 거래가 무산된 이후, 중국당국에서 다자보험에 비핵심자산 매각을 재촉하면서 ABL·동양생명 패키지딜이 테이블에 나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제시한 패키지 인수가격은 1조5000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다자보험이 ABL생명과 동양생명 양사 인수에 들인 비용은 1조 초중반대로 추측된다. 우리금융으로부터 2조원 수준의 가격을 끌어낼 수 있다면 다자보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일거란 분석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직접 지시했을 정도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굵직한 M&A를 성사시킨 이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 포트폴리오 확충 성과도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인수 후 통합(PMI) 과정까지 생각하면 올해 안에 거래를 마쳐야할 필요성도 언급된다.

      이번에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업계 6위 규모의 보험사를 갖게 된다. 3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자산 규모는 32조4402억원, ABL생명은 17조4707억원이다. 단순 합산하게 되면 약50조원에 이른다.

      진지하게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던 우리금융이 생보사 인수로 시선을 돌린 이유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롯데손보에 대한 실사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을 거라는 점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실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실적의 지속가능성 및 성장성으로 전해진다. 대형 시중은행으로서 자본은 투입할 수 있지만, 롯데손보가 이를 잘 소화해 중견 보험사로 성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롯데손보의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 점유율은 2%로 작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의 1분기 실적 세부수치 등의 자료를 요구해 실적변동성을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실적 등락폭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엔 9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30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1년새 이익 규모가 4000억 증가했다. 올 1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줄었다. 

      실사 결과에 대해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관찰된다. 원하는 자료를 제공받긴 했지만, 향후 성장성에 대해 확신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롯데손보에 상당 규모의 자료를 요구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향후 성장성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을 두고 양사 시각차도 컸다는 분석이다. 연초 시장에서 언급되던 롯데손보 몸값은 2조~3조원대였다. 이는 일정부분 JKL파트너스측의 희망가격으로 해석된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난 1분기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도 '오버페이'(과도한 가격 제시)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듯이, 1조원대 초중반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했다.

      자연스레 시장의 시선은 오는 28일 있을 롯데손보 본입찰에 우리금융이 참여할지 여부로 모아진다. 이번 본입찰에는 바인딩오퍼(구속력있는 인수제안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 참여 이후 발을 빼기 쉽지 않다. 바인딩오퍼가 체결될 경우, 향후 조건에 따라 매각자 측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JKL은 롯데손보 매각이 사실상 가장 의미있는 바이아웃 엑시트(경영권 거래 투자회수) 사례란 점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JKL은 롯데손보에 증자하기 위해 펀드 출자자(LP)들로부터 동의를 받고 롯데손보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려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펀드레이징을 위해서라도 가격과 관련, 쉽게 물러설 수가 없을거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과 ABL·동양생명 대주주 사이에서 상당한 수준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초기 단계로 파악된다. ABLㆍ동양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롯데손보 본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중요한 선택인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은행 사업 확장을 외친 임종룡 회장 입장에선 포스증권 인수로는 면이 안 선다고 느꼈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보험사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라며 "다른 대형지주와 견줄만한 보험사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