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없어도 메모리는 호조…주가도 3년 최고가 경신
하반기 이후 이익체력 회복 기대감…다시 기대감 국면
HBM 성과 증명시 더 갈 텐데…결국 하반기 증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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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분기 기대치 이상 좋은 성적을 보이며 주가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나 전통적인 메모리 업황에 올라탄 덕이다. 업계 안팎에선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내년 이익 규모가 60조원대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치도 내놓고 있다.
5일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 규모가 1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74조원으로 각각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겼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약 8조3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며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3년 내 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2% 이상 오른 8만6000원 선을 넘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하반기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차오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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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없어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라는 점을 시장이 주목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엔비디아로부터 HBM 품질을 인증받지 못했다. 현재 D램 3사 모두 엔비디아에 HBM을 보내고 있지만 실제 매출을 일으키고 이를 실적에 반영할 수 있는 건 여전히 SK하이닉스뿐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와 4분기 중 검증을 거칠 경우 내년 초부터 관련 실적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뒤집어 보면 HBM을 제외하고 범용 D램, 낸드만으로도 분기 10조원 규모 이익을 남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된다. 6~7년 전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 당시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약 15조원 안팎이었다. 전통적인 범용 메모리 반도체가 훈풍을 타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삼성전자가 과거 수준 수익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번 성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다가올 호황은 과거 업황 주기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선두 SK하이닉스는 물론 추격전에 나선 삼성전자, 마이크론 모두 HBM 시장 파이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주력 중이다. 3사가 생산 난도가 높고, 공정 부담이 큰 HBM 공급에 주력하는 만큼 범용 D램 공급엔 제약이 커진다. 자연히 수요 회복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남기는 건 범용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가 된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최악의 업황을 보내면서 3사 모두 설비투자를 최소화했다. DDR5 전환으로 인한 기술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D램 마진이 구조적으로 올라갈 요인이 갖춰진 것"이라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HBM이 범용 D램 캐파(생산능력)를 잔뜩 잡아먹고 있다는 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방 인공지능(AI) 산업 수요가 D램에 이어 낸드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상황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 GPU로만 몰려들던 자금이 범용 서버는 물론 기기(세트 빌드) 수요로 확산하면서 낸드 시장에도 볕이 들고 있다는 얘기다. 낸드 업황 회복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 역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2분기 성적표를 확인한 증권가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치를 올려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5월 HBM 우려가 재차 불거진 이후에도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하반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향 HBM 공급을 확정 짓거나, 내년 AI 산업 성장세가 기대 이상일 경우 삼성전자 주가에 한 번 더 기대감이 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HBM으로 인한 주가 상승과 하락이 벌써 수차례 거듭됐지만, 다시금 삼성전자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가 언젠가는 HBM을 공급하게 될 것이란 전제하에 주식을 사려면 지금 사둬야 한다는 분석도 투자가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러모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가 반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 요인도 있다. 3분기와 4분기 중 HBM 성과가 드러나지 않으면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는 탓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6월 전략회의 이후 HBM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