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기 중요한데 대규모 보유 현금 부담
HMM 자사주 매입 시 현금 줄고 주주엔 도움
"영구채 전환 끝난 후여야 가능할 것"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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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올해 예상 밖의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HMM 매각은 사내의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HMM이 순항하면 다음에도 비슷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산업은행 등 HMM 주주들은 기업 지원을 위한 자금도 필요한 상황이다. HMM이 풍부한 현금으로 자사주를 사면 매각에 앞서 군살을 빼고, 주주들의 자금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해운업황은 글로벌 경기 호황이던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하향세를 보였다. 작년 각종 해운 운임지수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팬데믹 이전 바닥 수준을 유지했다. 글로벌 경제가 장기 침체로 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해운사들이 크게 고전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특히 HMM 등 컨테이너 선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점쳐졌다.
상반기까지 HMM의 항해는 순조롭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3298억원과 407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15억원, 3069억원)보다 늘었다. 2분기 역시 시장 전망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리포트에서 HMM의 2분기 영업이익을 7890억원으로 예상했다. 당분간 작년 수준의 부진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호조에 HMM 최근 주가도 상승세다.
글로벌 해운 운임 상승 영향이 컸다. 수에즈 운하는 예멘 후티 반군 공격 우려로 운행이 제한되고 있고,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통행 가능 선박 수가 급감했다. 글로벌 해운 시장의 두 요충지가 막히니 선박들이 멀리 돌아가야 하고 운임도 크게 올랐다. 다음달 미국의 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 조치가 시행된다. 이에 앞서 미리 물건을 옮기려는 중국 화주가 늘어난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주요 운하가 막히며 선박들이 멀리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됐고,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조치에 앞서 배를 쓰려는 수요도 늘었다”며 “올해 어려움을 겪을 거라던 HMM이 예상 외로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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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당장 사업 성과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가 새 주인이 되느냐가 가장 큰 현안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HMM 재매각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다시 절차가 진행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매각 때는 경합 끝에 하림그룹이 인수자로 결정됐으나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초기부터 체급 낮은 기업이 HMM의 현금을 노리고 들어온다는 시선이 많았다. 당장 HMM을 팔 수는 있겠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림그룹은 HMM의 현금을 해운업 발전에 쓰겠다 했으나 더 강한 견제장치를 원했던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넘지 못했다.
하림그룹은 다음 HMM 매각 때도 참여할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자금 조달 전략을 보강하겠지만 지금처럼 HMM의 사업이 잘 되고 현금 보유량이 넉넉하게 유지되면 지난 번의 논쟁이 재현될 수 있다. HMM이 대형 M&A, 선박 투자 등으로 현금을 쓰는 편이 낫다는 제안이 있었는데 자사주 매입도 그 중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HMM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사내 현금 형태로 남아 있는 자산이 줄어드니 ‘남의 돈으로 인수한다’는 차입매수(LBO) 논란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현금이 줄어들긴 하지만 자사주는 차후 M&A 대가, 경영권 안정화 수단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인수자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은 최근 기업 지원자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경제 회복 시기가 늦어지니 이런 움직임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계속 증자해주고 있지만 산업은행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자본확충 효과는 크지 않더라도 보유 의미가 사라진 HMM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손에 쥐는 것이 낫다. 해운업 지원에 쓸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해양진흥공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HMM이 자사주를 사준다면 주주들의 지갑 사정이 나아진다. HMM도 자사주 매입은 주요주주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아직 HMM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영구채가 남아 있다는 점은 변수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작년 HMM 지분 3억9879만여주(지분율 38.9%)와 1조원 규모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됐을 때의 주식 2억주를 매물로 내놨다. 두 회사는 지난 5월과 6월에도 각각 1000억원, 2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꿨다. 오는 10월 6600억원, 내년 4월 7200억원 등 영구채 전환 시기도 돌아온다. 지분 구조가 최종 확정되기 전에 자사주 매입을 요청하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몫이 줄어든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자사주를 매입해주면 기업 지원 자금이 필요한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에 힘이 되지만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에 움직이면 국가적 자본이 일반 소액주주에 새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만약 HMM이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그 시기는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이뤄진 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