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가던 KKR도 최근 협상 소강 상태
LG엔솔 분할상장 상흔, 직원 동요 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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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에어솔루션 사업 투자유치가 늦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장 분위기를 살펴 왔지만 아직 명확한 전략을 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LG그룹 문화가 신중하기도 하지만 과거 LG에너지솔루션 분할상장으로 시장의 질타를 받았던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복수의 해외 투자사와 에어솔루션 사업 투자유치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에어솔루션은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산하 사업부로 투자금을 유치한 후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이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거래 초반 KKR이 주관사를 통해 투자 의향을 드러내면서 투자유치 절차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2분기 들어 KKR이 자금 조달 계획을 구체화하고 LG그룹과 협상 테이블도 차리며 합의가 가까워졌다는 시선이 있었다. 일부 투자사는 KKR과 공동 투자를 고민했다.
최근 분위기는 다소 소강 상태다. KKR과 LG그룹 간 소통 빈도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많게는 수조원이 필요한 대형 거래라 글로벌 PEF로서도 고민할 부분이 많다. KKR은 한국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살피고 있지만 최근 무리는 하지 말자는 내부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은 쉽사리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안은 에어솔루션 사업을 분할한 후 소수지분 투자를 받는 것인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직접 협상 주체지만 ㈜LG와도 내용을 조율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 분할상장 트라우마도 거래를 지연시키는 중요 변수로 꼽힌다. LG화학은 2022년 배터리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켰다. 알짜 사업의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고 주가도 하락한 LG화학 주주들의 반발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 쪼개기 상장은 사회적 이슈가 됐고, 각종 제동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LG전자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 비중이 높은데 앞으로는 B2B(기업-기업 간 거래)에 더 힘을 실을 예정이다. 2011년 LS엠트론에서 인수한 칠러 사업은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0%에 육박하고,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에어솔루션이 LG전자 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평판을 중시하는 LG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 때처럼 핵심 사업을 떼서 키우는 선택을 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의 의사 결정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 사례가 있었던 터라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방식을 택할지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전통적으로 거래 시 내부 구성원의 고용에도 신경을 많이 써왔다. 휴대폰 사업 철수나 LG디스플레이 사업장 축소 등을 결정할 때도 직원 대부분은 희망에 따라 다른 부서나 계열사로 전환 배치한 바 있다. 이번 에어솔루션 거래에서도 관련 부서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면 에어솔루션 투자유치 거래는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원들의 처우를 감안하면 투자자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나눠주기는 어렵다. 사업분할을 원한다면 미리 시장과 소통하고 LG전자 주가에도 득이 될 방도를 찾아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런 고민들을 모두 해소할 묘수가 있어야 LG그룹과 손을 잡을 수 있다. 문턱이 낮지 않지만 글로벌 HVAC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투자 매력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공조나 가전 사업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곳이라면 상대적으로 의사 결정하기 나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