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서 알짜회사 받아와 해결
SK에코플랜트 FI는 아쉬울 수도
IPO 기반 닦지만 커진 덩치 부담
회사의 색채 흐려지는 것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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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사업조정(리밸런싱)은 재무적투자자(FI)를 들인 계열사의 사업 체력 보강에 맞춰져 있다. SK에코플랜트도 그 중 하나인데 알짜 회사들을 붙이는 작업이 진행되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버틸 기반을 갖추게 된다.
새로운 고민이 생겨날 수는 있다. 이전엔 상장(IPO)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지상과제였다면 이제는 한참 높아질 상장 가치를 어떻게 맞출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산업이 섞인 데 따라 시장에 부각시킬 내용이 흐려질 가능성도 있다.
SK㈜와 SK에코플랜트는 18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논의한다. SK㈜가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싱가포르 손자회사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에 넘기고, 그 대가로 SK에코플랜트 지분을 받아가는 방식이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이후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폈다. 단순 건설·플랜트보다 증시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이후 시장이 침체하며 재무부담이 커졌다. 작년 영업이익은 1745억원이었는데 금융비용은 3386억원에 달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업의 실적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SK하이닉스와 SK온 등 계열사 일감이 줄어들며 고전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계열사 일감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 몇해의 부진을 상쇄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이에 투자자로부터 차입금 감축 압박을 받기도 했는데 몇몇 사업을 파는 정도로는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산업용 가스 분야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왔고, 에센코어도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받아 USB 등으로 가공하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SK에코플랜트에 캐시카우 두 곳(작년 영업이익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652억원, 에센코어 590억원)을 붙이면 기존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필요한 시간과 상장을 위한 기초체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구상에 대해 설명을 진행해 왔다. 투자자들도 대체로 회사의 재무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채무 상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반기고 있다. 비상장사들을 주고 받는 거래니 가치 산정 방식이 같다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가장 부진한 시기에 알짜 회사를 받아오니 SK㈜에 줘야 할 지분이 늘어나고 기존 소액주주와 투자자들의 잠재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은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등을 발행해 1조원을 조달했다. 사실상 채권성 투자인 RCPS 투자자는 회사의 상황이 달라져도 큰 영향이 없는데, IPO를 통한 추가 이익을 노려야 하는 CPS 투자자가 이번 거래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에 좋은 회사를 붙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고 평가 방법 자체도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SK에코플랜트가 실적을 못 낼 때 거래가 진행되다 보니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고 계열사 일감까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SK에코플랜트는 투자자에 약속한대로 2026년까지 상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강화하게 된다.
상장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투자자를 유치할 때는 4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한 때 시가총액 목표가 10조원까지 거론됐지만 실적이 둔화하면서 그 절반 수준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최근 장외 거래 시가총액은 2조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제 알짜 회사들이 더해졌기 때문에 상장 기업가치도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2년 안에 소액 주주와 투자자들이 만족하려면 10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IPO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지만 아직까진 수조원대 IPO가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금 시장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에 알짜 회사를 붙여 덩치를 키우는 게 답이 될까 의문”이라며 “FI를 유치했고 기대 몸값이 높은 곳은 증시 입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의 색채가 다시 한번 모호해지는 것도 문제다. 회사는 환경기업으로 지향점을 잡았으나 환경기업에 대한 평가는 박해졌고 지금도 중추는 건설·플랜트다. 여기에 다시 반도체 관련 사업과 산업용 가스 사업까지 더해진다. 판매망을 공유하고 플랜트 시공 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증시에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인지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