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에 혼조세, 금리인하 등 목소리 내는 중
나스닥 상장 검토하던 국내 플랫폼기업들 우려 불가피
"美 대선 결과는 일시적 이슈…나스닥 입성 원래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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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통산업 노동자들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은 터라 IT(정보기술)ㆍ플랫폼 등 성장산업 투자 심리 전반이 위축될 거란 전망이 부상하면서다. 국내 증시 대신 미국으로 시선을 돌리던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악재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우나 당장은 나스닥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원래도 나스닥에 걸맞은 체급을 갖추지 못했단 지적이 많았던 이들에게 악재가 잇따르는 형국이다.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피격 사태 이후 급등하며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는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 내 기술주·성장주로 몰려들던 자금이 전통적인 대형 우량주로 순환매가 이뤄지며 국내 증시까지 휘청이기 시작했다.
국내외 반도체주를 시작으로 전기차·2차전지까지 트럼프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검토한다거나 대만으로부터 방위비를 지급받겠다는 등 트럼프 후보의 인터뷰가 전해질 때마다 관련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자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 17일 2.7%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시장에 던진 핵심 화두는 전통산업 부흥과 성장주 약세다. 트럼프 측이 미국 현지 전통 제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강화해왔던 만큼 상대적으로 성장주 소외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탓이다. 성장주에 유리한 거시경제 환경으로 회귀 역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자연히 ITㆍ플랫폼 관련 기업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주가는 18일 기준 20.50달러까지 하락하며 공모가 주당 21달러 선이 깨졌다.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야놀자의 유력한 피어그룹(비교기업) 에어비앤비 역시 최근 5거래일간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미수 이후 높아진 재선 가능성이 증시에 반영되면서 성장주 쏠림 현상이 단숨에 흐트러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던 국내 기업 입장에선 미국 선거 결과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시에 입성하자 국내 주요 비상장 ITㆍ플랫폼 기업들은 일제히 나스닥 상장 가능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야놀자 외 토스와 컬리, 당근 등이 주력 후보군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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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며, 한달새 상장 성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크게 늘어났다. 미국 내 자국 ITㆍ플랫폼 기업에 대한 주목도도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들보다 수익성이 낮고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은 국내 기업들이 과연 제 값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외국계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내 인지도가 바닥에 가깝단 목소리가 여전하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장주를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 그룹사 역시 과거와 비교해 인지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 환경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기 때문에 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비상장 플랫폼 기업의 경우 투자자 관계를 조성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단 평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 사업 내용이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해외에서 더 큰 자본력과 지역기반, 시장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많다"라며 "토스처럼 한국 금융당국에 사업 구조가 묶인 곳들은 추가적인 성장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이달 중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던 야놀자의 경우에도 현 시점에선 강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투어 인수 가능성이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상장 시점에 맞춰 몸 만들기에 나서려는 행보로 풀이하지만, 상장 이후 통합(PMI) 등 계획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투자가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야놀자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 당시 공모가 밴드에 높은 밸류에이션이 적용된 배경에 시장점유율 1위 달성 가능성이 있던 만큼 야놀자도 비슷하게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여행사로 이름이 있는 기업을 인수해 상장 전에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행보지만, 이런 움직임이 미국 현지에서 제대로 된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재 나스닥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업들의 준비과정이 전반적으로 미진하단 평가 역시 적지 않다. 과거 쿠팡은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 전 현지 IR, 법무대응부터 국내 대관 담당 인재풀을 갖추기 위해 국내외 인재를 쓸어 담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주관을 담당했던 실무진에 따르면 미국 증시 입성 전 NDR에만 3년여 시간을 쏟아부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쿠팡은 2021년 상장 전까지 미국 인력을 다수 채용하고 준비 작업을 하는 데만 2~3년을 공 들였다"라며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중에서 이만큼 준비를 해온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옆 나라인 일본마저도 국내 기업들의 사업 구조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잦아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라며 "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기업이라도 외국인들은 설명을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상장 추진이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매출 시현 여부에 대한 거래소의 눈높이가 눈초리가 매서운 데다 국내 기관투자자들 조차도 성장주보다는 실제 매출을 내는 제조기업에 관심을 더욱 보이는 분위기다. 최근 이노스페이스에 이어 엑셀세라퓨틱스가 상장 당일 공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 또한 얼어붙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은 최근 IPO 시장 분위기와 관련해, 주식 의무보유(락업)를 걸지 않아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IPO 시장 분위기가 다시 꺾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며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원하는 발행사들이 공모가를 상대적으로 높게 요구하는 등 IPO 시장이 '대규모 자금조달 수단', '단타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