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 강제 경·공매 가능성
평가등급 '통일' 위해 대주 간 눈치 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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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전수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금융기관을 향한 금감원의 압박 수위가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으로 분류한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비공식'으로 예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11일부터 순차적으로 신협·저축은행·캐피털사·증권사 등 현장·서면 점검에 나섰다. 이를 위해 각 금융기관은 PF 사업장 평가서를 금감원에 7월 5일까지 제출했다. 전국 PF 사업장은 5000곳이 넘는다. 금감원은 모든 업권의 현장 점검을 마무리하고 오는 26일 사업성 평가 결과와 충당금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이번 현장점검은 지난 5월 나온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의 후속 조치다. 사업성 평가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악화 우려 사업장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적립했는데, 새 기준에서 부실 우려 사업장은 75%를 쌓아야 한다. 평가기관엔 이례적으로 새마을금고가 포함됐다.
관련업계는 금감원이 PF 정상화를 위해 '칼을 갈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장 점검에 앞서 대주 및 대리금융기관 등 각 금융기관은 금감원이 배포한 평가 양식에 따라 모든 사업장에 대해 평가했다. ▲사업장 기본정보(14가지 항목) ▲브릿지론(10가지) ▲본PF 공사진행 상황(10가지) ▲본PF 분양·매각 상황(7가지) ▲공통현황(수익성·만기연장·연체·경공매·시행사·시공사)(40가지) ▲대주단 내 금융회사 구성현황(4가지) 등 총 100가지에 달하는 항목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평가는 각 기관에 자율로 맡겨놨지만, 그 결과에 관해서는 금감원의 압박이 셌다는 평가다.
가령 한 사업장에 자금을 빌려준 복수의 대주가 서로 다른 평가 등급을 내린 경우, 높은 등급을 매긴 대주에 그 이유를 소명하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해당 사업장은 각 대주가 평가한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 일괄적으로 매겨진다. 등급을 올리고 싶은 경우 금융기관은 등급 상향 관련 18가지 항목에 관해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등급이 낮아져 충당금을 더 쌓고 싶지 않은 대주끼리 '눈치 싸움'도 있었다. 금융기관들은 이 과정이 험난해 7월 들어 "시달렸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대주단이 정상으로 분류한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대주를 감사할 거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주는 금감원이 26일 '유의'와 '부실 우려' 등급을 확정하면 해당 등급을 받은 사업장 관련 이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에 따르면 ▲유의 등급은 재구조화와 자율매각 ▲부실 우려 등급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추진하게 된다.
PF 업계에선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의 경·공매가 강제로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구조조정(유의·부실 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체의 5∼10% 수준으로 추산된다. 작년 말 전체 PF 사업장 규모(230조 원)를 고려하면 최대 23조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선순위 대주마저 본격적으로 타격받을 전망이다. 이미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할 때 선순위 대주가 대출금을 100%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PF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다수의 선순위 대주가 부실 사업장을 정상 처리해 사전 대응하는 등 시장의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방안과 반대로 가고 있었다"며 "금감원이 PF 정상화펀드 진성매각과 관련해 적법성을 따지기로 하는 등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