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 경쟁은 옛말...성장 전략 안 보이는 KBㆍ신한
입력 2024.07.25 07:00
    KB VS 신한, 리딩금융 경쟁에 관심 사그라든 시장
    완성된 포트폴리오에 안주...추가 전략 안 보여
    KB, 인도네시아 KB뱅크 적자ㆍ삼성과 제휴 물음표
    신한, 대출경쟁 밀리고, 손보 부재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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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하여,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할 것입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2024년 신년사 중)

      "생성형AI를 비롯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고객이 원하는 매 순간마다 최상의 디지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양종희 회장, 지난 5일 디지털IT부문 전략워크숍 중)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보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고객중심, 一流(일류)신한의 꿈에 가까이 다가갑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2024년 신년사 중)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우리 후대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중요한 과업입니다. 신한금융이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진 회장, 지난 1일 일본 현지 애널리스트데이 중)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던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두 금융지주 모두 최근 리더십 교체가 있었는데, 결국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내에서 안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글로벌ㆍ디지털 강화를 내세우지만 구호에 그칠 뿐 체계적인 전략이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리딩 그룹'같은 선언적 비전마저 사라졌다. '주주환원'과 '외연확대' 사이에서 최적의 자본활용법을 찾기 위한 고민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상반기 실적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주주환원책'에만 모아지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리딩금융' 경쟁이 한창이었겠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KB금융도 신한금융도 새롭게 내놓을 내용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규모 확대 외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두 거대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들어 내놓는 메시지부터가 대부분 '뜬구름'에 그쳤다는 신랄한 비판마저 제기될 정도다. 상생, 내부통제, 주주환원, 인공지능(AI) 등 제시된 테마들 역시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이윤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존재 목적에 어울리는 메시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대표는 "상생이니 주주환원이니 다 듣기 좋은 말이긴 한데, 그래서 어떻게 사업을 키우고 뭘 더 해보겠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며 "성장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소각만 늘린다는 건 미래를 담보삼아 지금만 행복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슈 선점 면에선 우리금융에조차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치적쌓기용', '빈껍데기'라는 비판에도 불구, 우리금융은 2개월 간격으로 간담회를 열어 기업금융ㆍ글로벌 확장ㆍ고객보호 등 금융권 주요 아젠다에 대해 실천 방안을 내놓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전임자의 그늘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윤종규 전 회장이 9년의 재임기간 동안 KB손해보험(2015년), 현대증권(2016년), 푸르덴셜생명(2020년) 인수를 통해서 보험,증권으로 이어지는 KB금융의 틀을 만들었다. 현재의 디지털조직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도 윤 회장 시절 초석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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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경영진이 추구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디지털을 내세우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잡힌 성과는 크지 않다. 

      인도네시아 KB뱅크(부코핀은행)은 올해 흑자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인도네시아 KB뱅크는 지난 한 해 동안 26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6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증자를 통해 부실자산 규모는 이전의 3분의 1로 줄였고, 연체율도 5% 이내로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그룹 이익에 기여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란 평가다. 기업금융 등으로 활로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KB뱅크가 정상화되어야 본격적으로 글로벌 성과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략에 있어서는 삼성금융과 손을 잡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KB금융을 위한 디지털 전략이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삼성금융과 보험, 증권, 카드 등 여러 사업이 겹친다는 점에서 디지털 분야에서 시너지보다는 양사간 경쟁이 치열해 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의 고민은 더욱 깊다. 한때는 KB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을 펼쳤지만, 이제는 하나금융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부문에선 하나은행에 기업대출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3조2922억원으로 국민은행(3조원), 신한은행(2조6000억원)을 제친 바 있다. 

      선제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이익을 늘렸다. 신한은행은 뒤늦게 기업대출을 늘리려고 하지만 하나은행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에선 지난해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했지만, 하나은행과 격차가 커지면서 뒤늦게 기업대출 시장에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진옥동 회장이 조직문화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조직문화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들도 있다. 진 회장은 ‘상인정신’을 강조하고 이를 조직문화에 녹이려고 하고 있다. 진 회장이 강조하는 상인정신은 ‘정당하게 이익을 추구하고 검약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리딩금융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에서 조직문화 개편만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당장 일각에서는 신한라이프의 인수후통합(PMI)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양사가 통합된 지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양측의 노조도 통합되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해보험이 없는 신한금융이 KB금융과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KB금융 상반기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 실적은 손보가 이끌었다. KB손보 상반기 순이익은 5720억원을 기록하며 비은행 중에서 제일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으로선 손보가 없는 만큼 KB금융만큼 순이익이 뒤쳐진다. 디지털 손보사가 있긴 하지만 2022년 출범이후 적자상태다. 시장에선 끊임없이 손보사 인수설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보니, 지나치게 보수적인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손해보험 부재가 이익 규모 면에서 양 금융그룹을 가르고 있다”라며 “이익의 차이는 곧 자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인 만큼, 양사의 주주환원정책에서 차이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