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카카오 김범수 구속, 난처해진 세종ㆍ승자는 김앤장?
입력 2024.07.26 07:00|수정 2024.07.26 11:58
    법원, 김범수 위원장 구속영장 발부
    카카오 자문 이끌어 온 세종은 난처
    배재현 대표는 광장도 같이 고용
    태평양은 사임, 율촌은 나서기 부담
    김앤장만 원아시아ㆍ하이브 대리하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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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구속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예상을 빗나가면서 카카오 시세 조종 사건에 조력하고 있는 법무법인들도 난처하게 됐다. 

      카카오는 2016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후 가파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공격적인 M&A와 투자, 계열사 상장(IPO)에 나설 때는 투자은행(IB) 등 자문사들이 호황을 누렸다. 작년부터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와 관련한 일을 하는 법무법인들이 분주해졌다.

      하지만 카카오의 ‘김범수 위원장 지키기’가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3일 새벽 법원 검찰이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룹 총수의 문제니 보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구속은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많았는데 결과는 달랐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에 대해 법원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주요 인사들에 대한 증인 신문 과정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핵심 당사자 사이에서 김범수 위원장의 개입을 시사하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법무법인 세종이 카카오 시세조종 혐의 전반에 대한 자문을 이끌고 있다. 세종은 일찌감치 판교 시대를 열며 카카오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작년 10월 김범수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에 출석할 당시, 세종의 김민형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가 동행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배재현 전 대표 법률자문을 맡은 곳도 세종이다.

      이러다보니 대형 송무 거래를 수주한 세종에 대해 다른 법무법인들의 부러운 시선들도 적지 않는데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상황이 바뀌게 된 것. 남은 관건은 김범수 위원장을 어떻게 지켜내느냐다. 일단 구속상태에서 보석으로라도 먼저 풀려나는게 급선무로 거론된다. 

      같은 혐의로 작년 11월에 먼저 구속됐던 배재현 전 대표는 올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배 대표는 세종 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광장의 도움도 받고 있다. 결국 세종의 성과인지, 광장의 성과인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광장은 지난 수년간 법관 출신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송무그룹을 키웠는데 이번에 그 덕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다른 로펌들은 카카오측 변호를 맡기 애매한 상황이다. 태평양은 시세 조종 문제가 불거진 초기부터 카카오 측을 대리했지만 작년 11월 변호인단에서 빠졌다. 율촌은 카카오와 업무 관계가 있던 변호사들이 입건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 1위인 김앤장은 카카오가 아닌,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변호인단에 소속돼 있다. 지창배 대표는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하루 전인 22일 보석 출소했다. 고객과의 관계로만 보면 카카오와 대척점에 서있던 하이브와 관계가 돈독하다. 대형 M&A는 물론 최근 ‘뉴진스 사태’에서도 하이브를 대리했다.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김앤장 출신이다. 이러다보니 카카오ㆍ하이브에서 이어진 엔터업계 자문 경쟁에서 정작 승자는 김앤장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