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자본정책' 지우는 신한금융...주가는 환호, 확장은 포기?
입력 2024.07.26 16:20
    기업가치 제고 위한 ‘10·50·50’ 계획 공개
    ROE 10%, 주주환원율 50%, 주식수 5억주 미만
    주식수 2019년 이전으로 회귀...M&A는 차순위 밀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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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2027년까지 3조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2019년 유상증자를 통해 늘어난 주식 수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을 불렀던 '조용병식(式) 자본 정책'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총주주환원율도 메리츠금융지주 수준인 50%까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중기적으로 13% 이상을 유지하면서, 남은 재원 중 상당수를 주주환원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비은행 인수합병(M&A) 등 외연확장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목표대로 제고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6일 상반기 실적과 함께 정부 밸류업 정책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확정 공시했다.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 10%, 주주환원율 50%,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연말까지 주식수를 5억주 미만으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2분기 주당 배당금은 540원으로 확정했다. 

      시장에서 가장 환호하는 부분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플랜이었다.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올 연말까지 유통 주식수를 5억주 미만으로 줄이고, 2027년까지 4억5000만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3월말 기준 신한금융 발행 주식 수는 5억939만주다. 

      전임 조용병 회장 시절 늘렸던 주식 수를 그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셈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1조9000억원을 유상증자하며 주식 수를 5660만주 늘렸다. 당시 발행 주식 수의 12%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해당 증자로 자기자본이 1조9000억원 늘어나며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주요 주주가 됐고, 이들은 이사회 사외이사 추천권을 얻었다. 그러나 기대됐던 추가 인수합병 등은 없었고, 실적과 주주가치에 악영향만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주주환원 계획은 주주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던 자본정책을 이전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게 지주 안팎의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CET1 비율 목표를 13%로 올리고,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도 공시했다. CET1 비율 13%는 감독당국이 주주환원에 대해서 제동을 걸지 않는 안정적인 숫자로 받아들여진다. 

      즉, 신한금융은 수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나머지는 자본비율을 상향 및 유지하는데 쓰겠단 확실한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시장은 일단 이번 계획에 환호를 보냈다. 신한금융 주가는 26일 전일대비 6.4% 상승한 5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5만84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이번 발표로 5년 전 대규모 유상증자로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금융권의 관심사로 꼽힌다. 신한금융 주가가 올해들어 꾸준히 오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신한금융을 금융지주 ‘원픽’으로 꼽지는 않았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 4개사 가운데 유독 신한지주 지분만 7.34% 줄이기도 했다. 한때 신한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은 75.54%로 두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격차는 14%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유상증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라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해 신한금융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주환원에 치우쳐 외형성장과 수익성 제고는 뒤로 밀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신한금융은 이번 정책에서 중기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10%로 제시했다.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목표치는 11.5%다. 지난해 ROE가 8.6%, 경상 ROE가 9.0%인데, 이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비이자ㆍ자본시장ㆍ글로벌 등 수익성을 제고하고 고수익 자산을 확대하며 비용효율화와 충당금을 관리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다만 이런 전략들은 일반적인 내용으로, 구체적인 플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CET1비율은 높이고, 주주들에게 이익 상당부분을 돌려주면서, 자본투입은 최소화한채 수익성은 지금보다 1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 과연 실현가능하냐는게 의문의 핵심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향후 M&A에 대해선 더욱 신중모드로 갈 것으로 보인다. 목표 CET1비율 13%에 'M&A 대비 완충자본'이라는 주석을 달긴 했지만, 주주환원에 대규모 재원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CET1비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M&A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중 손해보험이 비어있지만, 롯데손보 입찰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손보를 인수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주주환원이 우선순위에서 더 앞서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ROE 향상을 위해선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있는 비은행 계열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주주환원 확대와 ROE 성장은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인데, 다소 욕심을 낸 듯한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잘못된 자본정책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19년 유상증자 이후 은행주 중 '탑픽'(top-pick;최선호 주식)이었던 신한금융은 이전의 위용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전 경영진의 의사결정이라고 해도, 실적 설명회(IR) 등을 통해 잘못된 자본정책에 대해 주주들에게 반성의 뜻을 표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