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결국 'WM'…역량 강화 분주
은행-증권 '복합점포' 등 전략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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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계 증권사들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부동산PF 충당금과 영업환경의 불확실성 영향으로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이 약세를 보였지만,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분야의 호실적이 이를 만회했다. 하반기에도 IB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WM 역량 강화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7%, 15.3% 증가한 3761억원, 422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3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39%로 크게 늘었다. 다만 이는 하나증권의 지난해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던 탓이다. 하나증권은 해외대체투자와 국내부동산 업황 둔화에 따른 PF 손실로 지난해 연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주요 은행계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구체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약 14.4% 줄어든 2072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공통적으로 IB 부문의 실적 부진을 브로커리지와 WM이 만회한 모양새다. IB 부문은 부동산PF 부실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해의 부진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PF 조직 자체를 줄이면서 영업환경도 제한적으로 변했단 평가다.
반면 브로커리지 등 WM 수익은 크게 늘었다. 상반기 미국 증시가 상승 랠리를 이어감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취한 수수료가 크게 늘었단 설명이다. 거래대금 확대와 더불어 금융상품 판매 관련 수수료도 증가했다.
실제로 KB증권은 상반기 수탁수수료와 금융상품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각각 9%, 20.3% 늘었고, NH투자증권 역시 같은 항목에서 수익이 8.9%, 22.8% 증가했다. 상반기 순익이 줄었던 신한투자증권도 수탁수수료와 금융상품수수료만큼은 각각 14.8%, 29.2% 늘었다.
WM 부문의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점이 실적에서 확인된 만큼, 하반기에도 증권사들은 리테일 강화에 힘쓸 전망이다. 특히 은행계 증권사들은 타 증권사들과 달리 그룹 내 은행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현재 증권사들은 은행과 협력하거나 세분화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부서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 전략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다시금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은행과 비은행을 통합한 '복합점포'도 WM 강화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복합점포는 라임사태 등으로 은행이 고객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그 수가 줄어들었다가, 최근 WM을 강화하려는 금융사들의 의지에 재차 확대되는 추세다.
복합점포는 KB와 신한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역삼동 KB라이프 타워에 'KB 골드앤와이즈 역삼 PB센터'와 'KB 스타 WM 프레스티지 라운지'를 개점했다. KB증권과 KB라이프생명 PB가 은행과 증권의 PB 서비스와 함께 생명보험 상품 청약,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역시 WM부문에서 신한투자증권과 매트릭스체계를 도입하는 등 복합점포 도입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자산관리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증권과 은행의 개인자산관리(PWM) 역량을 하나로 집중하는 하반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부서를 통해 증권뿐만 아니라 은행 고객에게도 차별화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PB본부와 WM사업부를 통합해 PWM 사업부를 신설했다. 고액순자산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WM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하나증권 역시 반포와 용산에 WM 특화 지점을 운영하는 등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의 실적은 트레이딩과 WM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WM은 직접 투자가 늘면서 고객 수가 점차 주는 추세라 최근 증권사들의 WM 트렌드는 고액자산가를 위주로 한 특화 서비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