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출자 기관들은 책임 번질까 걱정
입력 2024.07.29 18:24
    큐텐·정부 부처 등 긴급 진화 나섰지만
    티몬·위메프는 물론 큐텐도 여력 부족
    변제 못하고 29일 결국 법정관리행 선택
    회생절차 가도 최종 사태 해결은 난망
    기존 투자사 주주 책임론 번질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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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주주 큐텐(Qoo10), 정부 관계부처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끄더라고 최종 책임은 티몬·위메프로 돌아가게 되는데 두 회사가 이를 감당한 체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날(29일)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선택했는데 법원에서도 의미 있는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티몬·위메프, 큐텐 등에 간접적으로 투자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안이 결국 주주나 잠재주주 책임으로 번지면 기관투자가들이 돈을 추가로 더 태우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산 지연금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이달 중순 티몬·위메프의 여행상품 관련 판매자 대금 정산이 늦어지며 이번 사태가 촉발했다. 사안 발생 초기 큐텐 측은 전산상 오류라거나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후 티몬의 무기한 정산 지연 선언(7월 22일), 결제대행사의 티몬·위메프 철수(7월 24일) 등으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티몬·위메프 사태는 일찌감치 예견된 사태다. 두 회사는 존재감이 약화할수록 더 적극적으로 '돌려막기'에 나섰다. 언젠가 사고가 터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몇달 전부터 위험을 감지한 일부 거래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두 회사와 거래를 재고하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SK그룹은 큐텐에 11번가를 매각하려다 중단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티몬·위메프 대금정산 대상액(일반상품 75%, 상품권 25%) 중 정산 지연 금액은 2134억원에 달한다. 아직 정산기가 돌아오지 않은 6월 판매분,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7월의 판매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산 지연금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두 회사의 월간 거래액은 1조원 이상에 달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 동분서주 하지만…

      29일 구영배 큐텐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과 파트너사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큐텐은 그룹차원에서 자금조달과 M&A를 추진 중이며, 구영배 대표는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런 선언이 실효적인 결실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일단 사안의 직접 당사자인 티몬·위메프는 이미 현금 대응력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결국은 모회사로 타고 올라가 자금 부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큐텐 역시 자금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구영배 대표는 티몬·위메프를 비롯한 커머스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할 때 외환·경쟁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는 수완을 발휘했지만 개인 사재는 넉넉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 경영권을 내놓는다 한들 연쇄 부실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의미있는 원매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티몬·위메프 M&A 난망…법원 찾았지만 해결 요원

      정부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연 후 5600억원 규모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책금융기관에서 2000억원 규모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도 3000억원 규모 협약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여행사 등 대출 대상으로는 600억원 한도 이자차액 보전을 지원한다.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최종 책임은 티몬·위메프, 큐텐으로 귀결된다. 최종 청구서를 제시해도 이들 회사가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대형 이커머스나 알리·테무 등 중국 큰손이 큐텐이나 티몬·위메프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긍정적이지만 회사의 시장 지위나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금융사 주도의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결국 기업회생절차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예상대로 티몬과 위메프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앞으로 법원 판단에 따라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원에서도 원만한 사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회생 시 공익채권(임금·세금 등)-민사 채권-주주 순으로 우선권을 갖는데 티몬·위메프는 직원 월급을 주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재무 여력이 튼튼한 대형 커머스사가 티몬·위메프를 인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회생절차도 확실한 해결책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사들 '발등의 불'…출자자(LP)에도 불똥?

      큐텐과 티몬·위메프에 투자했던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등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묘수는 마땅치 않다. 티몬·위메프를 넘기며 큐텐 주주 혹은 채권자로 남은 투자사들은 회생절차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그나마 시장가치가 있는 큐익스프레스의 주주로 전환해 후일을 도모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은 큐텐의 주주나 채권자로 있기 보다는 큐익스프레스 주주가 되는 편이 낫겠다 보기도 한다"며 "다만 투자자간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파악하기 어렵고 잘 해결돼도 실제 회수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주요 주주 투자사, 나아가 투자사의 출자자(LP)까지 미치지 않겠느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투자금 상당 부분에 손상이 미치는 것을 넘어 추가적인 주주 책임을 요구받을 경우 운용사(GP)와 LP 모두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닿는 연기금·공제회도 걱정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선 상황에서 큐텐과 티몬·위메프에 돈을 넣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책임의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LP들은 GP 선에서 사태가 확산하지 않도록 막으라는 압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