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는 시작일 뿐"…기업회생·파산 증가세 주시하는 로펌·회계펌
입력 2024.07.31 07:00
    판매자·FI 등 투자자들 대응 나서면서
    법적 조치 돕는 로펌들도 덩달아 분주
    대형 병원도 위험…"안전지대가 없다"
    회생·파산↑ 위기감에 회계펌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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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법무법인(로펌) 업계에 일감이 늘어날 전망이다. 판매자(셀러)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등 투자자들까지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대규모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번 사태가 ‘줄도산’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업회생·파산을 자문하는 회계법인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사유는 이날 오전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등 총 2명을 형법상 컴퓨터사용사기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법무법인에 고소 의사를 밝힌 곳은 수십 곳이었고, 최종적으로 고소를 진행한 업체는 1곳으로 파악된다. 

      앞서 29일 오후 법무법인 심은 구영배 큐텐 대표,티몬·위메프의 대표이사, 재무이사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는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판매자)과 회사(티몬·위메프) 간의 채무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티몬·위메프 판매상은 개인·법인 사업자를 모두 합쳐 약 6만 개로 추산된다. 현재 셀러들은 수천만 원부터 수십억원에 이르기까지 티몬·위메프로부터 대금 정산을 못 받고 있다.

      회생 절차가 시작은 됐지만 사실상 현금 흐름이 막힌 상태라 과연 자금력 있는 곳에 매각되지 않는 한 다시 회사가 살아날 수 있을까 의문이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진행된 건들 외에도 추가적인 법적 소송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일부 중소형 로펌들은 발 빠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집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도 기호(?)를 놓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실제 현재 서초동에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려는  셀러들의 회생·파산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회사가 명백히 ‘줘야 할’ 자금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티몬과 위메프 상대 소송, 가압류 등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자들을 돕는 대형 로펌들도 덩달아 바쁘긴 마찬가지다. 큐텐과 티몬·위메프에 투자했던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등 FI(재무적투자자)들도 모두 ‘플랜 B’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금회수는 고사하고 투자 지분을 그나마 시장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다. 대형 로펌의 기업자문 변호사들도 주요 고객인 투자사들을 위한 자문 일감이 더해졌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FI들도 대책 마련에 한창이라 자문사들도 분주해졌다”며 “큐텐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여러 방안들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을 계기로 회계법인들 역시 일감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고금리와 경기 부진에 따른 경영난으로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티몬·위메프 사태가 파장이 큰 건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업체들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미리’ 업체들의 재무 건전성을 점검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티몬의 경우에도 지난해 감사법인인 삼일회계법인 측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지난 4월에 나와야 했던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2022년 감사보고서에서 이미 현재의 사태가 예견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감사법인인 안진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삼정KPMG가 최근 발간한 ‘기업회생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기업회생 신청은 전년 대비 54.9% 증가한 1024건으로 과거 최고치(2009년 1003건)를 경신했다. 기업파산 신청도 전년 대비 65.0% 증가한 1657건으로 과거 최고치(2000년 1069건)를 경신했다. 

      올해 기업회생 등을 통한 구조조정 규모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4년 1분기 기업회생 및 파산 신청 건수는 각각 233건, 439건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파산 신청 건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회계법인에도 회생 자문과 관련해 기초적인 문의가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아예 법적 소송으로 가야 하는 케이스는 회계펌 쪽에서는 비즈니스가 없을 수 있지만, 미리 ‘위기’에 앞서 자문을 받으려는 수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이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재무 위험 가능성이 계속 거론됐고 ‘터질 게 터졌다’는 평이 많다. ‘아슬아슬’한 곳들부터 문제가 터지면서 다른 업계에서도 도산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대전·충남 지역을 아우르는 중부권 최대 거점 국립대학인 충남대학교병원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2월 전공의 사직 이후 대학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이 이어진 바고, 디폴트 선언 직전임을 공고하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추가 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달부터는 직원 급여 미지급은 물론 병원 약품과 물품 대금 지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에 의료계뿐 아니라 주변 약국 등도 병원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대형 병원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데 인건비가 높은 영역이다 보니 물가가 오르면서 ‘답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과거 회생 절차에 들어갔던 제일병원이 파산 직전에 몰릴 때도 이미 다른 병원들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일부는 정부의 지원이 들어가거나 정리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