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회생 가능성 오리무중…이커머스 업계도 "안 산다" 손사래
입력 2024.07.31 14:20
    티몬·위메프, ARS 신청으로 3개월 유예 추진
    정산 지연에 자본잠식까지 회생 가능성 '희박' 평가
    FI 추가 투자 기대 어려워…새 인수자 확보가 관건
    쿠팡·신세계·네이버 등 경쟁사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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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빚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들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모두 채권단과의 자율 협상으로 3개월간의 '골든타임'을 벌 수 있는 ARS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티몬·위메프의 회생 가능성을 예단하긴 이르다. 최대주주인 큐텐을 대신해 투자자 또는 인수자가 자금을 유입해야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재무적투자자(FI)는 물론 동종업계 전략적투자자(SI) 모두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주요 인수후보군으로 꼽히는 쿠팡·네이버·신세계 등 국내 이머커스 업체들 모두 인수 검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달 중순부터 판매자들에 대한 대금 정산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에 빠졌다. 양사 정산 지연 금액은 밝혀진 규모만 2000억원 이상으로, 정산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이미 지속적인 적자 운영으로 자체 자금이 고갈된 상태다. 모회사인 큐텐그룹과 구영배 회장의 자금력으로도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동시에 ARS(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 프로그램 적용도 추진 중이다.

      ARS 프로그램에 돌입하면 채권단과의 자율 협상을 통해 3개월간의 시간을 벌 수 있다. 과거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가 ARS를 전제로 회생절차개시를 유보받으면서 새 인수자를 찾았던 선례를 따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감자를 통해 큐텐 보유 지분을 낮추고, 새로운 인수자가 유동성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회생법원이 오는 2일 심문을 통해 ARS 프로그램을 승인, 회생절차를 일시적으로 보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추후 법원이 회생개시 결정을 내리더라도 갈 길은 멀다. 채권자들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해야하고 또 동의를 구해야한다. 그러지 못하면 회생절차는 사실상 폐지된다. 법원은 회생기업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커야 회생개시 결정을 내리는데 두 회사 모두 이미 결손금 누적으로 인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 같은 이유로 투자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의 회생 절차를 두고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생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야 적정한 변제율이 나올 수 있는데, 현재 분위기로선 쉽지 않다"면서 "법원의 회생 거부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투자자인 IMM인베스트먼트, KKR, 앵커PE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추가 투자에 대한 의지도 강하지 않다. FI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티몬과 위메프에 수 천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인수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 등 경쟁사 입장에선 티몬과 위메프의 파산이 셀러(판매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다. 쿠팡은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해 왔고, 신세계도 최근 유통부문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타사 인수를 검토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사인 11번가 역시 경영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업계 고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셀러들은 이미 멀티호밍(다수 플랫폼 이용)으로 쿠팡, 지마켓 등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유통점처럼 영역을 확대한다고 해서 매출이 늘어나진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자동적으로 (셀러를) 흡수할 수 있으니 경쟁사 입장에선 인수 메리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사태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정부는 피해 기업들을 위해 최대 56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대출과 보증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등의 조치도 검토 중이다.

      다만 시장에선 정부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입점 업체들이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거래를 끊은 상황에서, 추가 거래가 없다면 정책자금으로 회생절차를 졸업한 이후에도 회사의 존속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내 회계법인 기업회생 담당자는 "이커머스는 입점 업체로부터 받은 거래 대금이 생명줄인데,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와 계속 거래를 이어가려는 업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