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가 왜"…홍보 수단이었나
트랙레코드 살펴보니…단기투자에 거버넌스 개선 사례 찾기 힘들어
대주주 파킹거래 의혹 지속…행동주의가 아닌 '동맹 밀어주기'지적도
제2의 박현주 꿈꿀지 몰라도, "행동주의 펀드라는 정체성 이미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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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가 선정됐다.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회사가 증권사 인수에 나선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배경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現 KCGI자산운용) 인수에 이어 또다시 금융사 쇼핑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강성부 KCGI 대표가 금융그룹사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KCGI는 그간 행동주의 펀드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실상 지배구조를 직접적으로 개선시킨 전례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단기 투자로 수익률 올리는 '투기' 행보에 가까웠다는 것. 이러다보니 KCGI가 내세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어디까지나 마케팅 수단이고, 금융회사 인수를 위한 '종잣돈 모으기'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행동주의 표방하며 등장…지배구조 개선 사례 찾기 힘들어
강성부 대표는 동양증권(前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前신한투자증권)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매년 기업지배구조 책자를 내며 업계에 이름을 알린 뒤 LK투자파트너스를 거쳐 사모펀드(PEF) 업계에 입성했다. 2018년 KCGI를 설립,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한 투자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에 비판의 날을 세우며 '토종 행동주의 대표자'란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KCGI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밸류업'보다는 단기 차익실현 목적에 치우친 결정들을 해나갔다. 투자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단기투자 중심에 그친다. LIG그룹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 정도가 장기투자로 분류되는 중이다.
총수 일가의 도덕적 논란이 불거졌던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식을 KCGI가 대거 사들인 이후 경영권 다툼을 벌였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의 3자 연합이 해체되며 동력을 상실했다. 이후 4년 만에 보유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했다. KCGI가 개입한 덕에 재무구조와 지배구조가 개선됐다며 엑시트 명분을 세웠지만,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4년 만에 지분을 처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며 최규옥 회장 등 오너일가를 압박했던 KCGI는 몇개월 만에 발을 뺐다. 유니슨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가 진행한 공개매수에 응하면서다. KCGI 측은 상장폐지, 낮은 교부금 단가 등으로 일반 주주들이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참여했다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높은 수익률을 감안한 판단이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에는 DB하이텍에 투자한 지 9개월 만에 블록딜(장외 매매)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당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공개하거나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잡음이 일으켰고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KCGI가 보유지분 일부를 지주사에 매각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6%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KCGI는 "소모적 경쟁과 대립이 아닌 일반주주와 이사회 및 경영진 간 상호대화를 통한 우호적 거버넌스 개선의 모범사례"라고 자평했다.
사례가 누적되며 KCGI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점점 낮아졌다. 이번 한양증권 인수에는 이렇다할 명분도 표방되지 않았다. 지분 인수 타진 과정상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없던 데, 일각에선 "대주주의 사익편취 극대화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전략을 또다시 펴는 것 아닌가"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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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인수 '파킹거래' 의혹 속 ESG 외치는 KCGI '이율배반'
게다가 딜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파킹거래' 의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에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KCGI를 인수 대상자로 찍어놓고 딜을 진행한다는 의혹이다. 공익목적의 사립교육재단인 한양학원이 대주주인 거래에서 주관사도 없이, 재단 사무국에서 입찹을 진행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거래 관계자들 사이에선 강성부 대표가 한양대에서 대우교수를 역임하고, 한양대 이사장의 아들이 KCGI운용에 입사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한양학원 지분 4.99%,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 지분 4.05%를 남길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추후 이들이 다시금 한양증권을 되사올 것이란 파킹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이런 의혹은 현실이 되면서 KCGI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고, 2대 주주로는 한양학원과 특수관계인이 남는 거래가 성사됐다. 이들에게 콜옵션이 있어서 되사올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연히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나섰던 회사가 대주주 이익을 지켜주는데 기여하는 거래를 하면서 수익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업계 궁금증이 크다. KCGI는 한양증권 지분 약 30%를 245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KCGI가 해당 자금을 어떻게 모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KCGI는 이에 대해 다수의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의향 확인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과거 KCGI운용 인수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HS화성 등이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적격 심사에서 자금의 출처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이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 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양학원의 매각대금 용처도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양학원은 승인을 받아내야하는 교육부 측에 매각 목적을 대학과 병원 재정위기에 따른 유동성 확보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이 사태의 직접적 발단이란 관측이 있다. 한양증권 지분 매각 대금이 한양산업개발 지원 자금으로 쓰일 경우 이는 사립학교법 위반이 된다. 교육부도 이에 대해서 철저한 감사를 예고하며, 필요시 ‘형사고발’도 단행하겠단 입장이다.
KCGI 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한 후 대응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양증권 인수전 과정에서 나오는 파킹거래 논란 등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거래라 할지라도…KCGI 정체성·경영능력 의구심 여전
이런 의혹에도 거래가 성사되어 증권사를 인수하더라도, KCGI의 정체성은 꾸준히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벌 수 있는 만큼 벌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행동주의 기조를 유지할지 여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KCGI가 보여준 행보는 행동주의라기 보단 동맹 밀어주기에 가까웠다"라고 평가했다.
출범 당시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수익추구를 표방했다. 이후 강 대표는 각종 행사 등에서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요소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KCGI 내부적으로는 꾸준히 균열이 일어왔다. 행동주의 기조와는 다른 투자를 이어가면서 원년 멤버들이 KCGI를 떠났다. 아워홈, 한미약품 등 경영권 분쟁에 참전하며 이름을 알린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가 대표적이다.
결국 행동주의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고, 실체는 금융그룹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KCGI는 ESG 전략과는 거리가 먼 투자 성과들을 기록하면서 출자자(LP)들 사이에서 정체성 관련 의문이 공유돼 온 것으로 파악된다.
행동주의 펀드가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더라도 투자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헤지펀드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해질 우려도 발생한다. 향후 주요 LP 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초 설명한 전략과 다르게 금융회사를 인수할 경우 LP들이 자금 집행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LP라면 행동주의와 벗어난 전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라며 “이번 인수는 KCGI가 밝힌 정체성과 거리가 있는 거래로, 행동주의 전략을 신뢰해서 자금을 맡기고자 하는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펀딩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양증권 인수 후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임재택 사장이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한양증권을 품을 가능성이 제기될 당시, 경영상 안정성은 지켜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애널리스트이자 펀드매니저 출신인 강 대표가 이끄는 KCGI가 증권사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않다. 그런면에서 제2의 박현주를 꿈꾸며 금융그룹을 세울 생각을 할수는 있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 관계자는 “단순 수수료로 먹고 사는 증권사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다”라며 “리스크를 일부 지더라도 총액인수를 해 IB 부문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등 결단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하는 만큼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한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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